북한주민들에게 올 추석은 어느 때보다 더 썰렁하고 시름에 겨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원래 추석이 민속명절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지만 올해는 극심한 식량난으로 도저히 명절을 경축할 만한 여건이 못되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추석을 「민족명절」로 분류, 하루를 쉬는 휴식일로 삼고 있으나 법정 공휴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추석 하루를 쉬는 대신 이를 전후한 일요일에 보충노동을 해야 한다.
그나마 이렇게 추석을 쇨 수 있게 된 것도 지난 88년부터다. 북한당국은 지난 53년 이후 우리 고유의 민속명절이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며 배격해왔다. 이를 어기고 몰래 명절을 쇠는 주민들은 처벌을 받았다.
북한은 그러나 72년 남북대화를 계기로 주민들이 인근에 있는 조상들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것을 허용했다. 한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식량난과 교통불편 때문에 실제로 성묘와 제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 계층에 불과하다고 귀순자들은 말한다.
북한의 언론매체는 주민들이 추석 당일에 애국열사 묘소를 찾아 김일성부자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고 씨름 널뛰기와 같은 민속놀이를 한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선전에 불과할 따름이다.
북한의 「민족명절」로는 추석 외에 지난 89년 지정된 음력설 한식 단오가 있다.
그러나 민족명절보다는 김일성부자와 관련된 기념일이 보다 중요한 「명절」로 둔갑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4.15) △김정일생일(2.16)과 △정권창건일(9.9) △당창건일(10.10) △국제노동자절(5.1) △해방기념일(8.15) △헌법절(12.27)등을 「사회주의7대 명절」로 부르고 있다. 여기에다 설날(1.1)을 합친 8개를 법정공휴일인 「국가명절」로 지정하고 있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