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광장]적은 보수… 자녀「인질」… 고달픈 北외교관

  • 입력 1997년 9월 18일 20시 31분


개인적 능력보다는 출신성분 등 배경이 더 중시되는 북한관료사회에서 외교관들은 특권층 중의 특권층에 속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외교관들은 이름만 「외교관」일뿐 고달프고 절망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우선 보수면에서 그렇다. 주중국대사가 5백달러, 주이집트대사가 3백50달러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대사의 월급이 이 정도니 하급직의 생활은 어떨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외교관에게 여러 자녀가 있는 경우 1명만을 현지에 데려가는게 원칙이며 2명부터는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대부분의 외교관 자녀는 평양에 남아 있도록 해 사실상 「인질」이 되고 있다. 공관 자체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북한외교부는 심각한 경제난에 따라 95년 중국 러시아 등 주요공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관에 대해 경비를 자체조달해 해결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의 공관에서 외교관들은 합숙생활을 한다. 상호감시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경비 절감이 더 큰 이유다. 또 대부분의 공관에서 사무보조업무나 비서, 전화교환 업무 등을 외교관부인에게 맡기고 있는 것도 경비절약을 위해서다. 북한외교관들은 스스로 벌어 공관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외화벌이 일꾼으로 전락했고 자력갱생에 실패할 경우 본국으로 소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외교관출신 귀순자인 고영환씨는 『북한에서 최고엘리트로 교육받은 외교관들이 해외근무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상아 담배 술 마약 등의 밀매에 개입하면서 심각한 좌절을 겪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루마니아주재 북한대사관은 현지의 김일성별장을 카지노장으로 빌려주는가 하면 베를린의 북한이익대표부는 공관 일부를 쪼개 사무실로 임대, 공관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 북한외교관들은 지난 2월 짐바브웨에서 상아밀반출을 기도하다 추방됐고 이에 앞서 1월에는 몽골에서 위조달러를 거래하다 쫓겨났다. 지난해에는 스웨덴 등 몇몇 유럽국가에서 담배밀수를 하다 망신을 당했다. 이런 사정 탓에 북한외교관들의 활동은 극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공관이나 외교관들이 파티를 주최하거나 타국 외교관이나 주재국정부관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일은 극히 드물고 외교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재외공관수가 계속 줄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의 공관은 70, 80년대만 해도 90여개에 달했지만 90년대 들어 경제난으로 20여개의 공관을 폐쇄, 현재는 68개에 불과하다. 한편 북한당국은 장승길 전이집트대사의 망명사건을 계기로 흔들리고 있는 외교관들을 다독거리기 위해 공관 지원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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