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경선 불참 굳히는 정몽준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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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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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하고싶어도 못해… 김문수 같은 사람 대통령되면 좋겠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3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는데 경선에 참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다음 주 대선후보 경선 불참의사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3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는데 경선에 참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다음 주 대선후보 경선 불참의사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내가 경선에 참여하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경선 참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대선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확실히 마음을 굳힌 듯했다.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선 참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10여 차례 던졌으나 그의 대답은 똑같았다.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는데 경선에 참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이번 주말 지방에 내려가 생각을 정리한 뒤 다음 주에 (경선 불참을)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에 이어 10년 만에 대선 도전에 나섰으나 결국 중도하차의 길을 걷는 모습이다.

그는 인터뷰 초반 “사회과학은 처음부터 정답이 없다”는 말을 꺼냈다. “이게 정답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느냐. ‘이게 정답인데 왜 자꾸 말하느냐. 왜 나를 괴롭히느냐’고 하면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대통령 돼서도 마찬가지다.”

―10년 만의 재도전인데, 경선 룰 문제로 그만둔다는 게 좀 아깝지 않나.

“(당 지도부가) 수모를 주고 탄압하고 경선 불참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 생각이 다른데 억지로 할 수 있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억지로 해선 나에게도,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현행 당헌·당규대로 경선을 치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당 지도부는 경선 룰을 새롭게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한일 정보보호협정도 청와대가 밀어붙이다가 사고가 났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경선 룰을 논의할 기구를 만들어 절차를 밟아야 할 것 아니냐. 박 전 위원장이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정 전 대표는 이어 “당내 민주화는 헌법에 나와 있다. 새누리당은 지금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8조를 상기시킨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나.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으니 구성원들이 얼마나 비겁해지나. 다들 눈치만 본다. 장기적으로 조직이 잘 될 수 있나. 어느 교수가 그러더라.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유치원’이라고….”

―2017년 대선을 위해서라도 경선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음 기회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역할이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뿐이다. 대선이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표가 되거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 대선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하나의 절차일 뿐이다.”

―당에선 경선에 참여하길 원할 텐데….

“참여하면 박 전 위원장에 대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모두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박 전 위원장의 과거 얘기도 꺼내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기본적 의무다.”

―박 전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이 50% 미만이라고 했다.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그 성과가 자랑스러운 것이다.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성과를 올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된다. 독재는 일시적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후유증이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도울 것인가.

“고민이다. 당에 있는데 박 전 위원장이 후보로 정해지면…. 박 전 위원장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아니냐. 2010년 지방선거 때 박 전 위원장이 (선거운동에) 나서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모두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정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를 했지만 최소한 사람 보는 눈이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은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한 것 같다”고도 했다. 이어 “과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을 보고 있으면 그 학교에서 졸업도 안 한 사람에게 동창회장을 맡긴 것 같았다”며 “당원이 아닌 사람이 당헌을 바꾼다고 하니 법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맞지 않았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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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불참 이후 행보에 대해 구상한 것이 있나.

“집사람이 내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 채고 벌써부터 지역구 경로당 청소를 다시 시작했다.(웃음) 저는 탈당할 생각이 없다. 새누리당은 중도보수 정당을 지향하니…. 다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평가를 받게 되는데, (지금 이 시간이)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지, 민주주의를 훼손할 시간이 될지 걱정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선 참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김 지사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 같다. 김 지사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박 대선주자 3명이 경선 룰을 새로 정한 뒤 후보 등록을 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나.

“비박 주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았다. 비박이 어디 있나. 처음부터 각자 생각한 대로 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경선 불참의 뜻을 굳혀서인지 자신이 생각해 온 국가비전에 대한 물음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내내 ‘민주주의의 위기’ ‘소통’을 언급하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주자로선 유일하게 핵무기 보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핵무기는 가공할 위력이고, 생각하면 밥맛이 없다. 하지만 정치인은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저 북한을 설득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건 그만큼 통일이 멀어졌다는 얘기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꿈꾼다는 뜻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우리를 무서워할 것 같으냐. 북한은 우리를 두려워하지도, 동경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

―한일정보보호협정은 절차 문제와 내용 문제가 있다. 내용은 어떻게 보나.

“노무현 정부 때는 일본을 ‘가상의 적’으로 하려고 하더니 정반대로 경각심이 없어진 것 같다. 청와대 참모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이 어떻게 치러지길 바라는지 묻고 싶다.

“어떤 학자는 민주주의의 미래가 어둡다고 했다. 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전부 정부에 넘겨주고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을 자발적 독재라고 한다. 정치인들은 나만 뽑아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이건 민주주의의 위험신호다. 오히려 정치인들이 국민의 문제의식을 일깨워줘야 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정몽준#대선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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