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할 날이 성큼 다가왔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5월 실시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국민은 그동안 겪어내야 했던 절망과 혼란을 걷어내고 또 다른 희망의 시대로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장미 대선’이라 불리는 이번 선거와 결과 그리고 그 미래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길 기대한다.
바로 그들, 국민 앞에 8명의 대선 주자가 나섰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9주년을 맞아 8명의 대선 주자들에게 체육 및 대중문화와 관련해 물었다. 물론 여기 실린 각 주자들의 답변은 아직은 확정된 공약은 아니다. 다만 각 정책방향을 가늠하게 할 밑바탕의 견해와 생각이라는 점, 언론매체를 통해 이를 처음으로 밝힌다는 점에서 크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빚어낸 스포츠 및 문화산업 현장의 혼란과 절망이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통령과 그 정부의 노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3월13일 현재 각 언론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등을 기준으로 꼽은 주요 주자(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고사)를 서면 인터뷰했다.
1. 월드컵과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국제대회 한국 개최(유치)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반면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등 에 따라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엇갈린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88서울올림픽이나 2002월드컵 개최 등 스포츠 국제대회는 대한민국의 발전된 국가적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해왔고 국가브랜드 향상에 큰 몫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국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종목별 또는 종합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국제대회 유치가 경제적 실익이나 재정부담, 사후 활용방안 등이 면밀히 고려되지 않은 채, 선거공약이나 업적쌓기 등 정치적 동기에 의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유치하고 결국 대부분의 예산을 국가에 떠넘기는 관행도 문제다.
지난 2일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스포츠 국제경기대회를 열어 지방과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이다.
2014년 IOC는 과도한 올림픽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올림픽 공동개최나 분산개최를 적극 지원하는 어젠더2020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에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막대한 시설비용을 줄이고 해당 지역 경제에 긍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아쉽게도 당시 정부는 다른 도시에 있는 동계스포츠 시설을 활용하는 분산개최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제경기대회의 긍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돈은 적게 들이면서 대회성과나 사후 활용도는 높이는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박근혜 정부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단체를 통합시키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갈등을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된 체육단체 통합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2020년이면 우리의 근대체육 100년이 된다. 미래 한국의 체육 패러다임을 새롭게 준비할 때이다. 지난해 이루어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한 것은 스포츠 활성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체육단체 통합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후유증이 뒤따르기 때문에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중요한 것은 통합된 체육회가 앞으로 국민들의 건전한 체육활동 증진을 위해해야할 일들이다. 이제는 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평생동안 다양한 체육활동을 즐기고 이로부터 삶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는 평생 체육의 비전이 제시되고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생체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 즉 체육시설과 괜찮은 프로그램, 현장에서 안정되게 활동할 수 있는 체육교사의 원활한 공급 등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체육 인프라 저변 확대를 통해 재능 있는 체육영재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도 등 더욱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3.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학교체육은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치 열한 입시경쟁으로 일상적인 학교체육의 중요성이 점점 배제당하고 있다.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입시경쟁 하에서 학생들은 점점 바빠지고 이에 따라 기존에 있는 체육수업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교육개혁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야할 부분이다.
스포츠 엘리트를 키우기 위한 학교운동부 역시 현재 어려움이 많은 거로 알고 있다. 대부분 학부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될 정도로 어렵고, 학생들이 체육 쪽으로 가다가 중도에 포기할 경우 일반 공부를 다시 하는 부담도 클 것이다.
청소년들의 성장기에 친구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함께 협동하고 또 경쟁하며 승부를 겨루는 체육활동은 일반 학습과는 또 다른 차원의 교육적 효과를 갖고 있다. 건전한 지·덕·체 교육이 자리 잡고 스포츠 엘리트 육성을 안정되게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체육전문가들과 현장 학교 선생님들 의견을 들어 모색하겠다.”
4. 대중문화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최근 몇 년 동안 권력으로부터 침해받고 위축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중문화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정책은 무엇인가.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의 약 70%는 민간에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러한 예산을 정부의 이념과 정책기조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다 보니 최순실 사태와 블랙리스트 사건 같은 것이 터지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민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재정 지원주체인 정부와 해당 재원을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기관 및 단체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팔길이 원칙’을 철저히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
5.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국내외 상황에 따라 한류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제기 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을 겨냥하며 성장해온 한류 콘텐츠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복안은 무엇인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심각하다. 중국이 지금 부당하게 경제보복을 가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러나 사드를 포기하고 중국과 북한의 안보인질이 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조속히 사드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사드배치를 철회하는 것이 답이 되지 못한다. 가장 근본적으로 북핵 위협에 굴복하는 것이고, 동북아에서 북한과 중국의 힘의 우위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사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신속하게 사드를 배치하고 추가 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방향으로 국론을 통합하여 중국이 이간질 전략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중국의존도가 심한 우리나라 산업의 전략을 바꾸어 동남아나 유럽 등 세계시장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이를 빨리 해결해야 하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보다 다변화된 한류 콘텐츠 산업의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6. CJ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대기업 계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영화 기획에서부터 상영까지 전 부문을 장악한 수직계열화의 문제는 특정 대규모 흥 행작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낳곤 한다. 또 이들 대기업 영화사들의 직접 제작도 본 격화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영화계 전반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관한 입장은 무엇인가.
“최근 이 문제로 인해 배급과 상영을 동시에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제출된 바 있으나 강제적인 기업 분리가 한국영화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해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불공정거래의 문제다. 배급과 상영을 동시 소유하여 계열사의 영화를 밀어주거나,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계열사 간에 불공정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엄벌할 수 있도록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꾸준히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기업 자본이 진출하여 상업영화 위주로 제작되다 보니 예술영화, 독립영화 등 다양성 영화 제작이 위축되고, 관객의 볼 권리가 침해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7. 방송인 유재석은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요인 으로 다양한 덕목이 꼽힐 수 있을 것이다. 리더십의 시선에서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인 지 꼽아달라.
“유재석씨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겸손하고 꼼꼼하고 MC로서 출연한 사람들을 골고루 잘 배려하여 자칫 묻힐 수 있는 이야기도 의미를 잘 살려준다. 그리고 굉장히 노력파이다. 내용적으로나 체력까지 계속 발전해왔다.
리더십의 시선으로 본다면 자기성찰과 타인에 대한 배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한 것 같다. 사회 곳곳에서 그리고 정치에서도 이렇게 옳게 노력하는 분들이 더 많이 성공하시길 바란다.”
8. 이른바 ‘가짜뉴스’와 ‘찌라시’로 대표되는 온갖 루머가 끊임없이 생산, 유포되고 있다. 디지털시대, 그 양상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가.
“SNS 사용이 늘어난 디지털 시대에 이 문제를 제도적을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으로서 일단 허위뉴스를 제작하는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것이 광범위하게 유포된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양치기와 늑대’의 원리가 적용된다. 정부와 국가기관, 언론이 평소에 헌법정신에 충실하고 진실되게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했다면 가짜뉴스가 만들어져도 확산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 내에서 건전한 정보문화를 가꾸고 키우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SNS로 수많은 정보들이 전달된다. 우리 삶의 매우 큰 영역을 차지했지만 정작 정보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면 좋을 지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한 현실이다.”
정리=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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