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사장은 “현대는 92년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정계 진출할 때 벌써 IMF시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대규모 설비투자를 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금융제재를 받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핍경영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건실해져 지금은 국내 기업중 그나마 가장 견딜 만하다는 설명.
삼성그룹이 삼성자동차에 대한 자금소요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을 때 현대가 기아인수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한데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문민정권의 탄압이 전화위복이 된셈.
현대그룹만 복권한 것이 아니다.
정명예회장은 지난달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취임, 5년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한 현대임원은 속내를 이렇게 털어놨다.
“왕회장(정주영씨를 지칭)이 건재한 걸보니 힘이 솟는다. 재계의 맏형 자리를 되찾은 것같아 감회가 새롭다.”
유창순(劉彰順)전총리는 10일 정명예회장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인도 경전을 근거로 정명예회장의 수명을 맞춰봤더니 1백26세까지 산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이날 상영된 영상물‘아산(峨山)정주영’의 내레이션은 향후정씨의 행보를 짐작케한다.
“정주영, 그는 충분히 쉴 자격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그는 쉴 것인가. 그는 ‘쉰다는 것’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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