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 그러나 이경식(李經植)전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내가 개방을 결정했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쌀개방을 보고한 일이 한번도 없다. 정말이다. 93년 12월1일 청와대 보고내용은 ‘이런저런 방안이 있다’는 것이지 개방을 결정한 자리가 아니다. 그후 협상진행 도중 현지 협상단의 상황보고를 듣고 내가 개방하라는 최종훈령을 내렸다.”
그는 93년 12월4일 쌀개방 가능성을 처음 시사할 때도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께 묻지 않았다. 내가 물으면 대통령이 개방을 하라고 하겠느냐, 말라고 하겠느냐? 대답 못할 일을 묻는 것은 아랫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책임전가일 뿐이다.”
사안의 특성상 대통령이나 총리와 상의없이, 정부조직법에서 주어진 권한(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의 훈령권)을 있는 그대로 행사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93년 10월26일 첫 보고 이후에는 대통령과 쌀문제를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12월1일 청와대 조찬보고 때 그는 예산안 처리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여당 정책위의장과 만나는 바람에 불참).
그는 훗날 “당시 함께 논의하던 사람들이 내가 개방의 총대를 메기를 바라는 것 같았고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2월4일 거취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그는 “장관의 진퇴는 분명해야 한다. 사람은 죽을 때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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