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소통령’ 현철(賢哲)씨의 신뢰가 두터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3인 모두 권력 핵심과 지근(至近)거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이들의 관계를 미묘한 갈등과 견제 관계로 유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들은 수직적 상명하복의 관계라기보다는 수평적 병렬관계라고 보는 것이 더욱 사실에 가까울 듯하다.
권부장은 김대통령과 1주일에 한번씩 독대(獨對)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오차장은 정보를 쥐고 현철씨와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현철씨를 등에 업고 안기부에 안착하는데 성공한 김차장은 인사와 예산을 무기로 자신의 고유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안기부의 한 전직 간부는 “보스기질이 강했던 오차장은 매사에 미적지근하고 밀어붙이지 못하는 권부장에 대해 늘 못마땅해했다”고 말했다.
권부장도 현철씨와 이수석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권력핵심과의 직거래를 시도했던 오차장이 마음에 들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권부장은 “오차장 때문에 아무일도 못하겠다”고 자주 푸념했다는 것.
김차장과 권부장, 오차장과 김차장은 모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관계였다는 것이 안기부 직원들의 중평.
안기부 한 간부는 “현철씨는 각기 다른 통로로 두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했다”며 “어찌보면 현철씨가 ‘디바이드 앤 룰(분할통치)’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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