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백억원 비자금설’ ‘김선홍 리스트’ 등 수많은 의혹을 낳게 했던 김전회장에 대해 검찰은 올해 초부터 4개월여 동안 집요하게 수사를 벌였다.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는 물론 하청업체들의 회계장부까지 샅샅이 뒤졌다. 또 김전회장의 가족과 친인척, 회사 측근들의 계좌도 추적했다.
김전회장이 ‘주인 없는 회사’ 기아를 경영하면서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뿌렸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그 흔한 비자금 장부 하나 찾아내지 못하고 수사를 끝냈다. 기껏 찾아낸 것이 김전회장이 은행 대출을 쉽게 받으려고 수천억원을 분식결산했다는 사실 정도였다.
부정축재 혐의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이 내린 결론은 ‘김전회장은 현재 밝혀진 범위 내에서는 깨끗한 기업인’이라는 것. 수사검사는 “우리도 믿기 힘들지만 김전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회사공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전회장이 이렇듯 ‘청빈한’ 기업인으로 드러난 것은 기아그룹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의 추정.
국책사업에 목숨을 거는 기업은 정관계 로비에 사용할 비자금이 필요하지만 기아그룹은 그런 사업을 하지 않아 비자금이 필요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또 김전회장의 측근은 “기아가 계열사간 지급보증으로 부도까지 났지만 이는 김전회장 잘못이 아니라 정부 잘못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천억원대의 빚을 지고 있던 ㈜기산을 정부가 강제로 기아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지급보증을 섰다가 부실해졌다는 주장이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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