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話 문민정부 81]정태수씨의 「역술경영」

  • 입력 1998년 10월 26일 19시 51분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은 역술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23년 동안 세무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74년 창업할 때 유명한 역술가 백모씨의 충고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

84년 금호철강을 인수한 것도 ‘쇠금(金)자를 따르라’는 점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철강과 맺은 인연을 95년 이렇게 털어놓았다.

“처음부터 철강사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공장부지에 아파트나 지을까 했다. 그런데 인수하고 나니까 희한한 일이 생기더라. 중국에 건설경기가 일면서 1년치 생산량만큼 쌓여있던 재고를 두달만에 처분했고 일본 수출길도 열려 없어서 못파는 일이 벌어졌다.”

금(金)자에 확신을 가진 정씨는 아산만을 메워 제철소를 세우는 대역사를 계획했다. 이를 위해 갖고 있던 부동산을 대부분 처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은행돈이 들어오자 부산 공장부지는 팔지 않았다. ‘부산 공장부지가 일등자리’라는 지운론(地運論)을 강조하면서.한보그룹 본사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 있다. 계열사중에 번듯한 건물도 여럿 있었지만 이곳이 ‘명당’이라는 정씨의 지론 때문이다.

상가건물 3층의 절반과 4층을 쓰는데 하루종일 상가내 음식점에서 풍기는 음식냄새가 진동하고 특히 오후에는 상가내 태권도장의 기합소리에 사무실 분위기가 몹시 어수선하다. 주차공간도 없어 아파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정씨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도 대문 옆 별채에 기거한 것은 ‘노인의 기를 보(補)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모빌딩의 해주 정씨 종친회 사무실을 약속장소로 자주 이용한 것도 지세가 좋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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