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는 맥아더사령부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직 인수위의 내부지침에도 ‘들뜨지 말 것’과 ‘과거를 부정하지 말 것’ 등의 주의사항이 있다. 자칫 빠져들기 쉬운 ‘승자(勝者)의 자만’을 경계하는 것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측근 중의 한명이자 인수위원이기도 한 박지원(朴智元)전의원이 5일 인수위를 맥아더사령부에 빗댄 것은 인수위의 최근 행태에 대한 김차기대통령의 경고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위원의 말은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설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아울러 새 정권 역시 점령군처럼 행세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성 정치제체에 익숙한 관료집단이 정권교체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영삼(金泳三)정부가 개혁에 실패한 원인 중의 하나로 관료집단을 지나치게 무시한 것이 꼽힌다. 집권초기부터 관료집단을 청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바람에 면종복배(面從腹背)와 복지부동(伏地不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김차기대통령측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적인 개혁은 주저하지 않되 관료집단은 개혁의 동반자로 삼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