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말 속뜻]DJ『야당할때 마음으로…』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50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갈 수 있지만 우리는 원칙대로 천천히 가야 한다. 집권은 했지만 야당할 때처럼 정치를 하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9일 아침 한 청와대수석비서관에게 한 말이다.‘천천히 가야 한다’는 말에는 과거 정권의 비리나 의혹 규명을 지나치게 서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김대통령은 특히 “문제가 있다면 조용히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북풍(北風)조작사건’ 등의 진상규명이 요란하게 진행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관계자는 “‘야당할 때처럼’이라는 말에는 안기부 개혁 의지와 권력 유혹에 빠져들지 않겠다는 자계(自戒)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차원에서 “김대통령은 ‘안기부는 절대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야당에 대해 김대통령은 상당한 갈등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으면 야당도 책임을 느껴 당분간은 새 정부를 도와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한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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