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말속뜻]『민선 황제에 대한 新민주화투쟁을 하고있다』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21분


“우리는 민선 황제에 대한 신(新)민주화투쟁을 하고 있다.”

옛 민자당 대변인 시절부터 출중한 조어(造語)능력을 과시했던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가 이번에는 ‘신민주화투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박총무는 10일 오후 한나라당이 정기국회 개회식에 불참한 채 국회본관 앞에서 연 장외 의원총회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민선 황제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이에 맞서 싸우는 우리의 투쟁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독재정치의 피해자이자 민주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했던 김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전대미문의 야당파괴공작과 함께 의회민주주의 말살을 기도하고 있다”며 “신독재에 맞서는 신민주화투쟁을 벌이자”고 덧붙였다.

여당은 김대통령의 집권을 민주화투쟁의 승리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독재로 흐르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이제 새로운 차원의 민주화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게 박총무의 주장이다.

‘신민주화투쟁론’에는 과거 민주화투쟁의 대상이기도 했던 구여권의 맥을 잇는 한나라당이 거꾸로 민주화투쟁을 들고나선데 따른 생경함과 어색함을 떨쳐버리려는 의도도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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