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말속뜻]자민련 「정체성」위기감…차별화방안 모색

  • 입력 1998년 10월 18일 19시 39분


▼“자민련은 ‘제3의 길’을 가고 있다.”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는 최근 여성당원 워크숍에서 자민련의 정체성을 이렇게 말했다. ‘제3의 길’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창안한 유럽의 신조류 이론. 좌파도 우파도 아닌 새로운 길만이 복잡 다기한 21세기를 열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수구’ 이미지의 자민련이 이처럼 상대적인 ‘진보’이론을 원용하고 나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IMF 사태 이후 중산층이 몰락,보수층 대변의 의미가 약해져 이미지 변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 그는 “우리는 보수 안정을 추구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는 중도 우파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실 정치에서의 절박한 위기감도 작용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국이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양당 구도 양상을 띠어 자민련의 존재 자체가 잊혀져가고 있기 때문.

따라서 앞으로 자민련의 ‘제3의 길’은 ‘국민회의와의 차별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 한 당직자는 “당의 정체성 확립이나 내각제 추진을 위해서는 중도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면서 “국민회의와는 반발짝, 한나라당과는 한발짝 정도 거리를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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