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공방이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임창열(林昌烈)전경제부총리가 국민회의의 경기지사후보로 공천된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4일 검찰 서면답변서에서 “임후보가 부총리 취임 이전에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을 요청키로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임후보의 책임문제를 둘러싼 환란공방이 외환위기의 본질과는 다소 동떨어진 사안임에도 치열한 여야 공방전의 핵으로 등장한 것은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맞대결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환란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한나라당이 거꾸로 환란공방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이유도 경기지사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지역 세 곳에서 광역단체장을 하나라도 건져야 한다는 절박감에 휩싸여 있다.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궤멸’이라는 결과가 나타날 경우 ‘영남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선거 직후 수도권지역의 이탈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임후보뿐만 아니라 환란 당시 국무총리였던 국민회의의 고건(高建)서울시장후보까지 싸잡아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경기지역에서 ‘환란바람’을 일으켜 이를 서울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경기도의 둑을 무너뜨리면 수도 서울 입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의 태도는 확고부동하다. 특히 국민회의는 공동여당인 자민련과 일전을 겨룬 끝에 경기지사 후보공천권을 따낸 만큼 환란공방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다.
국민회의는 우선 환란의 근본적인 책임은 김영삼정부와 당시의 집권여당이었던 한나라당에 있다는 ‘환란주범론’으로 한나라당의 공세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김전대통령만큼은 과거 전직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검찰서면답변서는 완전한 조작 허위이며 검찰의 재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밀어붙인 것도 임후보를 환란공방에서 보호하려는 성격이 짙다.
여야는 구여권과 신여권간의 힘겨루기 성격이 강한 환란공방이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도 큰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어 환란책임론은 이번 선거의 각종 연설회장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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