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을 서서하느냐, 앉아서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후보가 지각출연하는가 하면 생방송 도중 진행방식을 트집잡거나 사회자가 마음에 안든다며 교체를 요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후보들이 이처럼 TV토론에 매달리는 것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무관심한 상황에서 TV토론이 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절박감때문.
27일 밤 MBC가 주최한 경기지사 후보 TV토론회에서 국민회의 임창열(林昌烈)후보는 토론회가 시작된지 10분이 지나서야 나타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임후보는 토론을 앉아서하느냐 서서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후보측과 합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사가 토론회를 강행하자 문제제기를 계속하다 늦어졌다. 임후보측은 “지금까지 앉아서 토론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며 더구나 밤시간에 서서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며 앉아서 하는 토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후보측은 “서서하는 토론은 선진국에서 가장 보편화된 토론기법”이라며 서서하지 않을 경우 토론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MBC측은 후보들의 뒤에 의자를 갖다놓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후보들이 선 채 토론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양측은 토론회 사회자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MBC는 당초 변호사이자 시사토크쇼 진행자인 박경재(朴慶宰)씨를 사회자로 내정했으나 손후보측이 박씨가 한때 국민회의에 입당하려했다는 이유로 교체를 요구, 우여곡절 끝에 엄기영(嚴基永)MBC보도제작국장에게 맡겼다.
토론을 앉아서하느냐 서서하느냐는 것은 28일 MBC 주최의 서울시장후보토론회에서도 문제가 됐다.
이번에는 국민회의 고건(高建)후보가 서서하자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후보는 앉아서 하지 않으면 토론에 응할 수 없다고 버텨 결국 최후보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국민회의는 “키가 큰 손후보는 서서하자고 하고 키가 작은 최후보는 앉아서 하자고 하는 우스운 TV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후보들의 키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서서하는 토론은 소신과 철학 정책 비전을 못가진 후보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말해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앞서 26일 KBS가 주최한 서울시장후보 TV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 최후보가 토론회 도중 진행방식을 문제삼아 10여분간 항의, 토론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양기대·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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