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훈(徐英勳)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주말이나 주초 청와대 당무보고 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대표와 당4역이 사의를 표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사단이었다.
서대표의 얘기는 당4역 교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내에선 ‘금명간 당직개편 가능성’이란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수의 최고위원들이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데 당직자 일괄사표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당직개편을 주장해온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도 “당직개편이나 일괄사표 등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에 논의할 사안”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의료계 폐업, 공적자금 동의안, 대우차문제 등 여러 현안들이 가닥을 잡아가는 상황에서 왜 사표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회의에 배석한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당직개편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지, 당에서 논의하고 말고 할 성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대표의 입장이 꽤 난처해졌다. 서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에게 “당 안팎에 당직개편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이었다”고 발언경위를 해명했다.
또 서대표의 한 측근은 “서대표의 말은 지금의 심각한 여론으로 볼 때 당정개편을 서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시국에 대한 체감 정도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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