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거실 탁자 위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란 신년휘호를 써놓고 방문객들에게 “백성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정권이 존립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소개하고 “원래는 맹자에 ‘무신불립’이라는 글귀가 있는데 내가 민자를 붙였다”고 덧붙였다. 김 전대통령은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는 질문에 “누구보다 두 사람이 명심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金大中)씨가 불행한 길로 가고 있다. 개헌은 전혀 불가능하다. 자살하는 길이다. 한마디로 맞아죽는 일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의원 꿔주기’사태에 대해서는 “코미디까지 다 말(언급) 안한다”며 입을 닫았다.
이날 상도동에는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부총재, 김덕룡(金德龍)의원, 고건(高建)서울시장 등이 다녀갔다. 이 최고위원은 유일하게 YS에게 큰절을 했고 YS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반겼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도 연희동 자택을 개방하고 방문객을 맞았다.
전 전대통령은 방문객들에게 ‘국민화합’과 ‘남북화합’을 함께 강조한 뒤 “언제 어렵지 않았을 때가 있었느냐”며 “국민이 깨어있으니 정부가 다소 못해도 경제가 잘 풀릴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방문객 중에는 이인제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하순봉(河舜鳳)부총재 및 안현태(安賢泰)전경호실장 등의 모습이 보였다.
노 전대통령은 정국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주로 건강 등을 화제로 방문객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는 노재봉(盧在鳳)전총리와 정해창(丁海昌)전대통령비서실장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아 재임 당시 비서관 등 10여명으로부터 인사를 받은 뒤 가족과 조용하게 하루를 보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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