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le&politics]김대통령, 인천공항 공사사장 '휘호'부탁 완곡히 거절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11분


“기념 휘호? 글쎄요….”

5일 식목일을 맞아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강동석(姜東錫) 공항공사 사장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부탁을 받았다.

강 사장은 식수 행사를 끝낸 김 대통령을 배웅하면서 “간곡히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라고 어렵게 말문을 열더니 “(공항개항 관련) 휘호를 하나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고 요청했다.

김 대통령은 아무 말없이 잠시 미소를 지은 뒤 “휘호도 좋은데 나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대통령들의 휘호가 (공공장소에) 있는 것이 꼭 좋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완곡한 거부였다.

이를 지켜본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은 “김 대통령은 원래 휘호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현직 대통령이 어떤 기념물에 휘호를 남기면 정권교체 때마다 이를 두고 말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취임 초 안기부(국가정보원)에 ‘정보는 국력이다’라는 휘호를 써줬으나 98년 5월12일 이 휘호를 새겨 만든 부훈석(部訓石) 제막식 참석차 안기부를 방문했다가 부훈석 이면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것을 보고는 이를 지우도록 지시한 일이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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