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16일 저녁 당 사무처의 국장급 이상 간부 30여명과 시내 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로부터 “내년 대선에 출마해달라”는 호소에 가까운 요청을 받았다.
분위기가 어찌나 뜨겁고 진지했던지 한 참석자는 “인기 TV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옥좌에 오르소서’를 연발하는 제장(諸將)들 앞에서 고뇌하는 ‘왕건’의 모습 같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청(奏請) 백태.
▽당직자 A씨〓저희 평생 소원이 명예총재님이 용좌에 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당직자 B씨〓명예총재님께서 결심하시는 대로 저희는 따르겠습니다.
▽당직자 C씨〓명예총재님께서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후보직을 포함해) 얻을 것을 다 얻어주십시오. 권력은 투쟁으로 얻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참석자 D씨〓오늘 5·16 40주년을 기점으로 우리를 불러주신 뜻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제2의 혁명’을 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JP는 이런 주청에 “술이나 한잔 해”라며 즉답을 피했으나 기분은 몹시 좋아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 전언.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도 17일 “몇몇 종교인들과 만났는데 전국에서 ‘JP 대망론’에 대한 호응이 생각 이상으로 높다더라”면서 ‘JP 순서론’을 거듭 강조했다.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JP에 대한 지지도가 4∼5%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민련 홈페이지에도 ‘늘 재미있는 농담으로 국민을 웃겨주는 자민련’ 등 비아냥과 욕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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