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le&Politics]국회 재해특위 서울시 방문…무기력한 수해대책 질타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23분


‘천재(天災)냐, 관재(官災)냐.’

23일 서울시를 방문한 국회 재해대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수재에 대한 서울시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질타하며 ‘관재 책임론’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수방 대책에 만전을 기해왔지만 시간당 강우량을 기준으로 볼 때 200년 빈도로 발생한 집중폭우로 빗물 처리용량이 부족해 주택가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천재’라고 맞섰다.

사회봉을 잡은 김영진(金泳鎭·민주) 위원장은 이날 고건(高建) 서울시장의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서울시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군기’를 잡았다.

정인봉(鄭寅鳳·한나라당) 의원은 “서울시는 이번 수해를 ‘재수가 없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서울시 보고는 진지한 반성에 따른 대책은 없고 변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장마철만 되면 물난리가 날 수밖에 없는 재개발 현장의 주민들을 미리 이주시키는 대책을 제시했다.

유재규(柳在珪·민주당) 의원도 “98년 수해로 인해 뚝섬, 휘경, 면목 펌프장 등에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됐다”며 “그런데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면 자동화설비는 무용지물이 아니었느냐”고 따졌다. 이정일(李正一·민주당) 의원도 “올림픽을 치렀고 내년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우리나라에서 300㎜ 강우량에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은 심히 우려되는 사태”라고 거들었다.

이재창(李在昌·한나라당) 의원은 “전기안전공사의 보고에 따르면 서울시의 가로등 부적합률이 64.3%로 경남(1.5%), 광주·전남(2.9%)에 비해 턱없이 높다”며 “도대체 서울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의원들의 질의가 2시간반 동안 계속됐다. 고 시장은 “펌프장 및 감전사고에 대한 전문가 조사반의 정밀 진단이 마무리되는 대로 수해예방 시스템을 더욱 과학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내년 대선 정국을 눈앞에 둔 고 시장에게 이번 수해는 최대의 정치적 시험대로 떠올랐다는 게 서울시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