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의 대표적 강성 보수파로 알려진 김용갑(金容甲·한나라당·사진) 산업자원위원장이 국회의 ‘탈(脫)권위’를 시도하고 나섰다. 6일 산자위원장에 선출된 김 위원장은 18일 첫 산자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우선 회의실 집기의 ‘거품’부터 뺐다.
주변에 장식이 곁들여진 위원장용 책상을 일반 의원용 책상으로 바꿨다. 등받이가 머리 위까지 올라와 ‘임금님 의자’로 불리는 위원장용 회전의자도 일반 의원용 의자로 교체했다.
위원장석 오른편에 두는 의사봉도 없앴다. 꼭 필요할 때만 치겠다는 것. 김 위원장은 “국회법 어디에도 의사봉 관련 규정이 없다”며 “유치원생들도 국회를 따라한다며 회의 때마다 의사봉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매너도 부드러워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 시작 전 상임위 위원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건넸다. 시종 미소를 지으며 “한나라당 박순자(朴順子) 의원이 평소와 달리 색깔 있는 옷으로 분위기를 맞춰줘 고맙다” “취임 기념으로 받은 축하 난을 골고루 나눠줄 테니 잘 키워달라”는 등의 연성 멘트를 던졌다. 속기사들에게도 “가끔 경상도 사투리로 말할 경우가 있는데 알아서 표준말로 바꿔 적어달라”며 신경을 썼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 여당의 개혁드라이브를 맹비난하다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제발 정신을 차리고…”라고 외치다 흥분해 쓰러진 때와는 전혀 딴사람 같았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서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불편한 것 달지 말고 떼어 버려라”고 고함치던 모습도 온데간데 없었다.
여야 의원들은 박수로 김 위원장의 ‘변신’에 화답했으나 회의장 주변에서는 “저분이 갑자기 왜…”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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