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나 고우나 자민련밖엔’〓21일 민주당 최고위원간담회에서는 향후 정국운영의 큰 틀은 자민련과의 공조를 기본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다시 정리했다.
민주당이 이른바 ‘상생(相生)의 정치’를 통해 한나라당과의 국정공조를 시도했으나 결국 ‘불가능한 희망사항’이었음이 드러난 이상 자민련을 붙잡는 게 유일한 방안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해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의심간다” “정치파트너로서 문제가 많다”는 등의 성토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민련과의 공조강화를 위한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게 민주당측의 고민이다. 당장 자민련의 숙원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주는 일도, ‘DJP 회동’을 통해 공식적인 공조복원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자민련 사람들은 ‘민주당은 집권여당이라고 등 따습고 배부른데 우리는 찬밥신세 아니냐’는 박탈감에 빠져있는 게 사실”이라며 “자민련에 뭔가 줄게 있어야 할텐데…”라고 걱정했다.
▽‘말로만 공조하자는 거냐’〓요즘 자민련에선 민주당과의 공조얘기를 꺼내면 ‘역적’으로 몰릴 듯한 분위기다. 당지도부로선 ‘느슨한 공조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당 저변에는 “공조 운운하다간 망한다”는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
특히 이번 탄핵안 처리과정에서 ‘내부반란’ 등으로 JP의 당 장악력에 적신호가 켜졌음이 확인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차제에 근본적인 당노선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누구도 자신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독자노선이니 시시비비니 주장하면서 한번은 민주당, 한번은 한나라당 편들어주는 식이 되다보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정당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라며 노선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속의원들의 태도를 보더라도 다분히 이중적인 게 사실이다. “민주당이 우당(友黨) 대접을 해줘야 할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재선의원은 “지난번 개각 때 우리당 의원 3명만 입각시켰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철희·전승훈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