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경악했고, 자민련은 환호했다. 세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과 민주, 자민련 양당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 및 입당 방침을 통보했다.
▽‘D 데이’〓이들이 기자회견 ‘D 데이’를 30일로 잡은 것은 하루 전날인 29일이었다. 세 사람은 전화로 거사일정을 확정했고, 이같은 방침을 전달받은 자민련은 29일 밤부터 비상대기상태에 들어갔다.
이들은 당초 민생법안 처리가 예정된 8,9일 본회의를 마친 뒤 자민련 입당을 결행할 예정이었으나, 세 의원 중 한 사람의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해 거사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또 이들로부터 ‘동반탈당’을 권유받았던 충청권의 P, J의원 등이 탈당에 난색을 표하자 더 이상 ‘포섭대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탈당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대통령 만들려면"▼
▽신변정리〓29일 밤까지 세 의원은 가까운 몇몇 사람에게 자신들의 결심을 암시하는 등 신변정리를 마쳤다.
송석찬의원은 이날 대전 충남시도지부 송년회에 참석해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면 뭔가 희생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뒤 이최고위원에게 “내 신상에 변화가 오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며 의미심장한 인사말을 했다.
송영진의원 역시 28일 정균환(鄭均桓)총무에게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마음으로 결심을 했다”고 통보했고, 이에 정총무는 “충정을 이해한다”며 위로했다는 후문.
▽모의〓‘3인의 반란’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18일 국회 운영위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개정안 처리 시도가 한나라당의 저지로 무산되면서부터.
세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의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해 울분을 터뜨리면서 자민련 입당행을 논의해오던 터였다. 이들은 모두 예산결산위원으로, 예결위장에서의 자리도 나란히 붙어있다.
▼국회법개정 무산에 급류▼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지난해 7월 의원총회에서 “자민련에 양자(養子)라도 가서 교섭단체를 만들고 공조회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송석찬의원. 그는 “이렇게 예산안을 갖고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경제가 다 무너진다”며 “우리라도 자민련에 가서 교섭단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날 밤 송의원은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무산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장재식(張在植)예결위원장과 정세균(丁世均)예결위간사 등에게 자민련행 의사를 밝혔다.
▽지도부와의 협의〓세 의원은 자민련행 결심을 당지도부에 공식 통보한 것이 28일이라고 주장하나, 지도부가 감(感)을 잡은 것은 그 이전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가 22일 JP와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을 면담하고 난 뒤부터 자민련 내에서 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얘기가 갑자기 사라진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김대표는 24일 국회법 문제를 묻는 기자들에게 “어려운 것을 푸는 게 정치”라며 “임시국회 회기 내에 잘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한나라당도 ‘3인 거사설’을 사전에 인지한 듯하다. 하순봉(河舜鳳)의원은 30일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첩보가 사전에 입수됐지만 설마 설마 했다”며 허탈해했다.
6월 1일 | 민주 자민련 의원 136명, 교섭단체 요건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국회법개정안 제출 |
12월10일 | 민주 자민련 의원 135명, 국회법 개정안 다시 제출 |
12월22일 | 이만섭 국회의장, 국회법 직권상정 거부 |
12월22일 | 민주당 김중권 대표,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김종호 총재대행 예방 |
12월24일 | 김중권대표, “교섭단체는 회기 내에 잘 될 것이다. 어려운 것 푸는 게 정치다”고 언급 |
12월28일 | 김종호대행, “교섭단체는 반드시 만들어진다. 새해에는 희망차게 출발할 것이다”고 발언 |
12월30일 | 민주당 의원 3명, 자민련 입당 |
1월초 | 자민련, 교섭단체 등록 예정 |
<윤영찬·박성원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