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국면을 겨냥한 정치 구도의 변화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거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달라지는 여야관계▼
자민련이 교섭단체 등록을 마칠 경우 우선 공식적인 여야 협상 구도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자 구도가 아니라 자민련을 포함한 3자 구도가 된다.
이와 함께 DJP공조 회복을 ‘담보’로 한 ‘의원 꿔주기’인 만큼 수적으로는 일단 136 대 133의 여대(與大)가 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여소야대 구도 돌파의 1단계쯤으로 생각해 온 ‘140 대 133 구도’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또한 자민련과의 공조 회복으로 민국당(2석) 한국신당(1석) 무소속(1석)과의 정책 연합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민련과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발언권이 보다 강화될 것이다. DJP공조 회복과 ‘의원 꿔주기’가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민련과 JP가 자기 색깔을 포기하고 민주당에 ‘흡수 통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목받는 JP구상▼
JP는 세밑에 “나와 겉으로든 속으로든 사이가 나쁜 사람은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던졌다.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JP와 원수를 지고는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대행은 실제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얘기가 통하는 중진’들을 1대 1로 접촉, 같은 얘기를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행은 특히 한나라당 중진들에게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이총재의 결사 반대를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총재는 지금 JP를 적으로 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도 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3김을 모두 적으로 만들고서야 이총재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고까지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총재가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자 JP는 마음 속에서 이총재에 대한 미련을 걷어내고 말았다는 게 JP 측근들의 전언이다. 사실 지난해 4·13 총선을 전후해 DJP공조가 결렬 국면에 접어든 이후 JP의 마음 속에는 이총재의 한나라당도 차기 정권 창출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없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JP가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한 연대 카드로서 일단 ‘이회창카드’를 접어두고, DJP공조에 바탕한 다른 카드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JP진영은 ‘의원 꿔오기’로 교섭단체 등록 기반을 마련한 뒤 부쩍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는 정권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의 JP의 선택이 최종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본격적인 대선 국면까지 상황에 따라 여러 카드를 들었다 놓았다 해볼 것이다.
▼심상찮은 3金동향▼
‘의원 꿔주기’ 이후의 3김 동향에 전에 보지 못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자민련과 JP의 이같은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김대행은 1일 세배객들을 맞으면서 “지금 국가의 현실적 원로가 누구냐. 3김 아니냐. 올해에는 세 분이 뭔가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김대행은 2일 상도동을 찾았다.
3일 상도동을 방문할 예정인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한 측근도 “김대표가 전직 대통령 중에서 김영삼 전대통령을 가장 먼저 예방한다는 사실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김대표 스스로도 “(김전대통령으로부터)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YS에 대한 김대표의 ‘반감’은 정평이 나 있는데도 김대표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면 뭔가 김대통령과 교감을 거쳤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대표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YS의 정치적 실체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정치 구도를 다시 짜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YS 역시 1일 “JP를 만날 생각이냐”는 질문에 즉답은 하지 않았지만 거절하겠다는 태도는 아니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