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의원 꿔준' 여권 두표정

  • 입력 2001년 1월 3일 18시 5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일 ‘의원 꿔주기’ 사태와 관련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선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자성론이 제기됐다.

▽청와대의 항변〓청와대 관계자들은 ‘의원 꿔주기’에 대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인정하기 위한 국회법 상정을 강제로 저지한 한나라당의 책임은 왜 따지지 않느냐”며 화살을 한나라당 쪽으로 돌렸다.

청와대측은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일부 언론이 ‘의원 이적’에 대해 ‘대통령의 이중적 리더십’ ‘민의에 귀 기울이지 않는 독선정치’라고 비판했는데 지금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며 민주적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언론들이 과거 독재시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과연 비판이나 했는지 묻고 싶다. 민주적인 리더십을 지키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과거정권의 독재 하에서는 그야말로 아첨하고…”라며 흥분했다. 그는 또 “얼마나 불가피했으면 세 의원이 그랬을까 하는 측면도 생각해 공정한 잣대로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언론은 대통령에 대해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치 않는 1인정치’ ‘꼼수 정치’란 표현을 썼는데 이를 보면 정말 한나라당이 관리하는 우호적 언론인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나라당의 용어를 언론이 왜 그대로 쓰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 내 자성론〓이날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김중권(金重權)대표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전제, 세 의원의 자민련 입당을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태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일부 참석자들은 “국민이 믿겠느냐” “지도부가 여론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원기(金元基)최고위원은 “정도는 아니나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면서도 “국회법 개정안을 합법적으로 처리하는 노력을 더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좌절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뒤 탈당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도 “여론이 부정적이고 비판적”이라며 “이번 일이 정치불신의 계기가 된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의원은 “우리 당 의원이 탈당한 것인데 공개석상에서 잘 했다고 칭찬까지 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는 또 “자민련 강창희(姜昌熙)의원이 저렇게 반발하고 있는데 강의원이 탈당하면 우리 의원이 또 가느냐”며 “지도부의 대책은 뭐냐”고 물었다는 것. 그는 이날 두 차례나 발언을 신청했다.

한편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시비 걸기로 일관하고 △자민련은 엄연한 정치적 실체인데도 △국회법 개정안 상정을 한나라당이 물리적으로 봉쇄했으며 △경제 재도약을 위해 정국안정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세 의원의 선택에 공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걱정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전날보다는 유연하게 대응했다. 그는 “우리는 세 의원의 자민련 입당을 ‘부득이한 선택’으로 규정하면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윤승모·윤영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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