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의원 수사 '방탄국회' 앞 속수무책

  • 입력 2001년 1월 12일 19시 02분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예상대로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의원의 소환불응과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 지연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사건의 핵심인물인 강의원을 조사하지 못한 마당에 다른 관련 정치인들을 부를 수도 없어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강의원의 혐의 유무를 떠나 각종 정치인 관련 수사가 현역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에 가로막혀 흐지부지 되는 것은 현정부 출범후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98년 이후 각종 비리 혐의를 받고도 소환에 불응한 국회의원에게 법원이 검찰의 영장청구에 따라 체포동의요구서를 발부한 것은 모두 13건. 제헌국회 이후 97년까지 15명의 현역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요구안이 접수된 것과 맞먹는 수치다.

강의원 이전의 12건은 환란(換亂)사건의 강경식(姜慶植)전 의원, 기아비리사건의 이신행(李信行)전 의원, 정치인 사정(司正)과 세풍사건의 서상목(徐相穆)전 의원 등 10명에 대한 것.

이중 제대로 표결이 된 경우는 서전의원 뿐이며 그나마 5개월을 끌다가 찬성 136표 대 반대 145표, 기권 7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그 결과 회기가 종료된 사이 강전의원과 이전의원이 구속됐을 뿐 나머지 10명은 불구속 기소되는데 그쳤다.

97년 이전의 15건 중에서는 86년 국시(國是)발언 사건의 신민당 유성환(兪成煥)의원과 95년 10월 공갈혐의를 받은 국민회의 박은태(朴恩台)의원 등 8명에 대해 동의안이 가결됐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정권 교체로 구 여권의 비리 혐의가 다수 드러났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이 수를 앞세워 '방탄국회'로 수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불체포특권은 정부의 권력남용에 의한 의원의 직무방해와 야당탄압을 막기 위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비리의원 감싸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변호사는 "현정부 출범후 체포동의안의 대상이 야당 11명, 여당 2명인 것에서 드러나듯이 현 정권과 검찰이 '야당 표적수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