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이번 일을 잘못 처리하면 우리 당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회의의 기조를 이뤘다”며 당내 강경 기류를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적당히 덮거나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부총재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당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에 지급된 돈의 성격에 대한 논란으로 이번 사건의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논평과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국고횡령사건임을 집중 강조했다.
그 중에는 ‘한나라당 주장대로 문제의 돈이 정치자금이었다면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을 비자금조성 혐의로 감옥에 보낸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통치자금을 조성했다는 말이냐’는 추궁도 있었다.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지금 한나라당이 해야할 일은 ‘고성의 규탄대회’가 아니라 ‘반성의 자탄(自歎)대회’”라고 몰아붙였다.
▽한나라당〓총재단회의 후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국회 정보위를 열어 안기부 예산에 대한 여야 공동조사를 제의했다. 그는 “정보위에 보관된 안기부 예산 결산자료를 보면 96년 총선 당시 신한국당에 1192억원이 지급된 것이 나와 있지 않다”며 “안기부의 예산 보고가 거짓인지 밝혀보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의원은 물론 가족 친인척 등까지 임의로 무차별적인 계좌추적을 벌여 당 전체가 ‘계좌추적 공포’에 떨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법 수사 문제를 제기했다.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김대중 신독재 및 장기집권 음모 분쇄 규탄대회’에서는 “정권 퇴진운동도 불사해야 한다”는 등의 극단적 주장이 잇따랐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 정권의 행태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이 정권은 브레이크 없는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김창혁·송인수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