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1일 일단 법무장관 출신의 김기춘(金淇春)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위를 구성했다. 특위에는 법조인 출신 의원 7, 8명이 참여해 조만간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입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아직 정치보복의 명확한 개념 규정이나 정치보복 여부의 판단 주체 등에 대한 밑그림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 막연히 ‘정권교체 때마다 법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된 정치보복을 막아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 결의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외국에도 유사한 입법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토리당과 휘그당의 갈등이 극심할 때 정쟁(政爭)을 지양한다는 선언적 의미의 장전이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게 전부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야당 총재이던 97년 정치보복방지를 입법화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법 제정은 못했다. 정치보복과 차별대우, 대통령 친족의 부당행위 등 세 가지 행위를 금지한다고 해서 ‘3금법(禁法)’으로 불렸던 이 법은 국회 내에 정치보복방지위원회를 두어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는 수사 당국의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
그러나 수사권 침해 등을 들어 ‘법 취지는 좋아도 실제 입법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회창 총재가 대표이던 신한국당도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사실을 법제화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김대통령 본인도 “이 법을 만들어도 실제 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번에도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안기부 사건 후 정치보복금지법을 만들자는 것은 홍수 났는데 나무 심자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양인석(梁仁錫)변호사는 “이미 이뤄진 행위를 처벌하지 말자는 일종의 소급 입법 성격인데다 법 제정 후 발생하는 행위도 용서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일반 법 논리로는 무리이고, 실현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