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예총재는 17일 청주에서 열린 ‘충북 신년교례회’에서 “20세기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대결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공생의 세기”라며 “여야도 이제 공생의 철학으로 상생의 정치를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예총재는 그러면서 “미국의 잉여농산물로 연명할 때 우리는 수출입국으로 나라를 일으켰고 97년 한나라당이 나라를 결딴냈을 때도 자민련은 민주당과 함께 이를 다시 일으켰다”면서 자민련이야말로 경제와 민생의 ‘본류’에 서 왔음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그는 이어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작은 것이라도 흠을 들추어 헐뜯지 말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여야는 아버지―어머니와 같은 관계로 서로 이기고 지고 서로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예총재는 이런 맥락에서인 듯 청와대측이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에 발끈해 법적 대응을 검토중인 데 대해 “자꾸 싸움을 키우고 있다”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련은 18일 유운영(柳云永)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김명예총재의 ‘공생론’을 뒷받침했다. 유부대변인은 “민주, 한나라당이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채 흑백논리의 주류―비주류 진흙탕 싸움만 하고 있다”면서 “당리당략으로 국론분열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소모적인 정쟁을 중지하고 민생에 눈을 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물론이고 김영삼 전대통령과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JP뿐”이라면서 “이회창 총재에게도 ‘지면서 이기는 정치’를 주문한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예총재는 16일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부총재, 서영훈(徐英勳)대한적십자사총재와 각각 오찬과 만찬을 가진 데 이어 21일에는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과도 만나 ‘공생의 철학’을 설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