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청와대-민주당 국조 혼선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28분


국세청의 94년 언론사 세무조사와 한나라당의 ‘언론관련 대선기획문건’, 주간 시사저널이 최근 보도한 ‘언론대책문건’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민주당의 대응기류가 아귀가 안맞는 듯한 느낌이다.

민주당은 20일 김중권(金重權)대표 주재로 열린 당4역 회의에서 시사저널이 보도한 ‘언론대책문건’ 국정조사는 요건이 안맞아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작성 주체도, 출처도 불분명한 ‘괴문서’를 국정조사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논리였다.

민주당은 19일에도 이같은 ‘당론’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94년 언론사 세무조사 및 현재 진행중인 세무조사, 양당의 언론관련 문건을 모두 국정조사하자”는 제의를 일축했던 것.

민주당이 다음날 똑같은 발표를 한 것은 청와대측과의 혼선 때문이었다. 19일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한나라당 문건과 민주당 문건 모두 국정조사할 수 있다”고 엇갈린 견해를 밝혔기 때문.

남궁수석은 “민주당의 언론문건은 괴문서에 불과하지만 한나라당 문건은 출처와 작성주체가 명확할 뿐만 아니라 언론을 A, B, C급으로 분류해 장악을 기도한 치밀한 문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만큼 여권이 강공으로 나가면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할 수 없으리라는 속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파장은 엉뚱하게 번졌다. 한나라당측은 “말이 안되는 얘기지만, 여권이 정히 그렇게 나오면 언론문건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맞받아쳤다. 반면 민주당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민주당은 즉각 남궁수석에게 진의를 확인하는 한편 ‘2개 문건 동시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한번 검토해 보겠다”며 일단 한걸음 물러섰다. 김대표와 남궁수석은 이후 전화통화를 갖고 언론문건 국정조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여권의 최종 방침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남궁수석의 발언내용과 당측의 발표내용 모두 여권이 내부에서 검토했던 방안으로 이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다만 내부 의사소통 과정에서 일시적인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와 국정 현안에 대한 시각차가 이런 현상을 낳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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