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교수는 “대통령 업적 평가는 각 ‘시대적 상황’에서 각자 설정한 국정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가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취임사에 기초한 객관적 업적 평가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경우 헛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 풍토도 개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대통령별 평가.
▽박정희 대통령〓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국정을 운영했다. 집권 말기인 78년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되긴 했지만 대체로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물량 위주의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물가상승률이 20∼30%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발전을 위한 기반조성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제9대 국회의 경우 정부제출 법률안은 478건이었고 이중 460건이 가결돼 96%의 통과율을 보였다. 부결된 법률안은 하나도 없었다.
▽전두환 대통령〓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취임해 경제발전과 물가안정을 약속했고 집권 3년 만에 12.2%라는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과 임기 내내 5% 안팎의 물가안정을 이뤘다. 정치발전 풍토조성 면은 낙제점이다. 임기 중 국회의 정부제출 법률안은 모두 455건으로 이 중 413건이 가결돼 90.8%의 높은 통과율을 보였다. 철회되거나 부결된 법률안은 하나도 없어 국회에 대한 행정부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노태우 대통령〓경제발전보다 물가안정을 강조했으나 물가는 한때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는 등 안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소득분배 구조는 개선됐다. 정치발전 풍토는 전환점을 얻었다. 13대 국회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 제출 법률안 중 부결된 법률안이 나왔다. 정부제출 법률안은 86.3%의 통과율로 이전보다 낮아졌다. 북방외교는 성공적이었다. 수교국가가 130개국에서 165개국으로 증가했다.
▽김영삼 대통령〓경제발전을 약속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정치개혁은 약속한 대로 어느 정도 실효를 거뒀다. 지방자치제도의 전면적 실시는 국민의 정치참여 기회를 넓혔다. 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현금통화량은 거의 늘어나지 않아 ‘돈 적게 드는 선거의 실시’가 이뤄졌다.‘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약속했지만 공무원 수는 92년 말 87만명에서 97년 5월 말 93만명으로 늘어났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