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은 김중권(金重權)대표 등 비교적 뒤늦게 현 여권에 합류한 ‘신주류’ 인사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청와대엔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나 박지원(朴智元)정책기획수석 등 야당시절부터의 ‘구주류’ 인사들에게 무게중심이 쏠려 있어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불협화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최고위원은 “정치적 이력과 이해관계가 다른 인사들이 당정에 엇갈려 포진된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당정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개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알력과 마찰의 역기능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대표에게 거듭 “당이 중심이 돼 정치와 국회를 맡으라”고 말해 온 것도 이같은 역기능을 의식해 당정간 역할분담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즉, 당엔 국회와 대야 관계를 맡기고 청와대와 행정부엔 개혁 추진 작업을 맡겼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당정간 불협화음 사례 | ||
민주당 | 사안(시기) | 정부 |
제외시 주사제 오 남용 우려 | 의약분업에 주사제 포함 여부(2월8일) | 의약분업에서 주사제 제외 |
인권위의 국가기구화에 합의 발표 | 국가인권위 법안(2월7일) | 인권위의 민간기구화 주장, 당정 합의된 바 없다고 반박 |
개인과 시공사의 피해 최소화, 채권단의 피해 부담안 제시 | 한국부동산신탁부도(2월 초) |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
보건복지부가 당과 상의 없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성토. 서민 부담 이유로 유보 | 소액진료 본인부담제(1∼2월) |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도입 방침 발표 |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므로 불가 | 판교 신도시(지난해 10월18일) | 개발 불가피 |
시행 연기 | 예금부분보장제(지난해 10월) | 연기 불가 |
또한 소신과 목소리가 뚜렷해 ‘강성(强性)’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사들이 국정현안과 관련한 정책결정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야권과 관료사회의 경계심을 자아내고 있다.
건강보험 문제를 다룰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김원길(金元吉)보건복지부장관―이태복(李泰馥)대통령복지노동수석, 교육문제를 다룰 이의장―한완상(韓完相)교육부총리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김대통령의 임기 후반기엔 각종 개혁 작업을 차분히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강온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당정 '의보 3인방' 한목소리 나올까▼
건강보험 재정위기 사태에 대처할 정부 여당의 핵심 포스트가 모두 바뀌었다.
그러나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민주당 정책위의장,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등 3명이 모두 개성과 소신이 뚜렷해 일사불란한 팀워크로 매끄럽게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의 조화 여부에 사태 해결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김원길(金元吉)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의료수가는 진료 서비스의 질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수가를 낮추지는 않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26일 “현재 의료수가가 지나치게 높아 의보재정 파탄문제가 생겼다”며 “적정수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장관의 말과는 약간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벌써부터 민주당과 복지부는 저마다 “‘대단한 사람’이 온 만큼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서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반면 이태복(李泰馥)복지노동수석은 평생을 노동운동에 헌신한 인물로, 당정의 방침과는 달리 최근까지 의약분업 연기론을 주장해 왔다.
이수석은 23일 노동신문 기고에서도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의약분업을) 일단 유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취임 직후 “아직 구체적인 사안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평소의 소신을 민주당과 복지부의 주장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연정' 자민련-민국당 보수 목소리 낸다▼
자민련 및 민국당 의원들의 대거 입각으로 향후 당정협의 과정에서 이 두 당의 보수적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27일 “이번 개각 자체가 개혁 정책 추진에서 나타난 오류를 보혁(保革)조화를 통해 수습하는데 1차적 목적이 있는 만큼 자민련 장관들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도 “최근 시중에선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자민련이 있어 그나마 안정감과 믿음을 준다는 얘기가 늘고 있다”면서 “보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남북관계와 경제 개혁을 시행착오 없이 이뤄 내도록 우리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국당도 한승수(韓昇洙)의원의 입각을 통해 ‘3당 정책연합’이 사실상 가동된 만큼 각종 개혁 정책의 시행착오를 바로잡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윤환(金潤煥)대표는 “연정이란 단순히 내각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국정 현안에 대한 정파간의 상이한 시각과 방법론을 하나로 용해시키는 것”이라면서 “우리 당의 보수 노선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당 내분이 정리되는대로 3당 대표회담을 통해 3당 정책 협정 체결과 국정협의회 운영 방안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은 27일 자민련 김종호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긴밀한 공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이를 두고 “앞으로 3당 공조 속에서 민국당과 자민련간 2당 공조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