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활동〓이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1인당 평균 38.1건. 실제 의정활동 기간이 10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한달에 3건 이상의 법률안을 발의했다는 뜻.
그 중에서도 민생 문제,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안이 많았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 및 증권거래법 개정안,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안 등이 대표적인 이들의 작품.
여야 공조도 많았다. 여야 소장파 의원 28명이 참여하고 있는 정치개혁모임은 전 월세 대란에 대응해 월세의 상한을 정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세비를 모아 강원도 산불피해 주민들에게 성금으로 내기도 했고 농촌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경유착 차단이나 부패근절 등 정치권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근본적인 정치개혁에 대해선 이렇다할 조직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등의 비판도 받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작년 12월 김성호(金成鎬) 의원 등 민주당 초선 의원 13명은 당의 전면적 변화와 계보정치 청산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들은 또 여야 대치가 한창이던 같은 해 7월 일부 야당의원과 함께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공격수 역할’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줄서기 문화’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소속정당 지도부 의견 중심의 당론 정치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실제로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은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다 지도부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원 의원은 “마당을 나서려니까 장대비가 쏟아져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여야의 극한대치도 한몫했다. 당론과 다른 독자 주장을 고집하다 보면 상대 정당을 이롭게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도덕성〓작년 5·18 전야제 행사날 민주당의 일부 386의원들은 광주에서 술판을 벌여 망신을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여야의 일부 386의원이 국회법 날치기 처리 때 몸을 날리며 육탄전을 벌이기도 했다.
‘깨끗한 선거’ 공약과 달리 기부행위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선 386의원도 몇몇 있었다. 이들 중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선거법위반 혐의 의원에 대해 당의 대처(보호)가 미흡하다”며 당 차원의 초법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또 한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중 해외에서 섹스 스캔들을 일으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의원의 우발적 실수나 사생활 문제로 전체 386의원을 매도해선 곤란하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들의 행동이 국민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욕이 앞서 좀더 신중한 처신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자성했고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개혁과 도덕성은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더 큰 실망과 불신을 낳는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박성원·김정훈기자>swpark@donga.com
4·13총선 당시 386의원들의 개혁 공약의 일부 | |
임기중 선출직 공직자 국민소환제를 실현하겠다 | 임종석 |
파벌정치와 계보정치 타파하겠다 | 김성호 |
거짓말정치, 싸우는 정치, 불신정치 타파하겠다 | 송영길 |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하겠다 | 김영춘 |
정치권을 관심과 만족의 대상으로 바꿔놓겠다 | 장성민 |
지금 이미지 그대로 간직하며 변하지 않겠다 | 오세훈 |
표결실명제와 크로스보팅이 실현되도록 하겠다 | 원희룡 |
독선정치 타파하고 상생정치, 클린정치 만들겠다 | 윤경식 |
▼여야 '386' 2인의 자성▼
▽장성민 민주당 의원
지난 1년간 한국정치의 지체와 퇴행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386 정치인들이 정치판의 썩은 피를 정화하기는커녕 기성정치권에 순치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스스로의 안주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정치개혁은 원내 개혁세력의 단합된 노력과 국민의 지지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함께 구를 때 진전될 수 있다. 여야 개혁세력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선 과감하게 당론을 위배하고 조직된 목소리를 내는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김영춘 한나라당 의원
1년간은 학습기간으로 생각하고 배우는 자세로 지냈는데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이 앞선다. 젊은 의원들이 기성 정치권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융화되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당내 민주주의와 깨끗한 정치 실현 등을 약속했지만, 50점 이상 받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의정활동은 다들 90점 이상 받을 만큼 열심히 했다고 본다. 아직도 정치권은 권위주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는 게 솔직한 소감이다. 정당한 문제 제기도 백안시하고, 일사불란하지 않으면 부자연스럽게 보는 시각이 엄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