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자민련 두 장관 '호된 신고식'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8분


16일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와 산업자원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3·26개각 때 자민련 몫으로 입각한 오장섭(吳長燮)건설교통부, 장재식(張在植)산업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자질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간단한 현안을 묻고 넘어간 데 비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책현안보다는 도덕성이나 자질론을 작심한 듯 물고 늘어져, 신임 장관들은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건교위의 한나라당 윤한도(尹漢道)의원은 “오장관이 15년간 몸담았던 대산건설이 비슷한 규모의 건설회사에 비해 관급공사를 10배 이상 수주했는데, 공정한 장관직 수행이 가능하겠느냐”고 따졌다.

오장관이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넘어가려 하자 윤의원은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삼척동자가 들어도 속이 들여다보이는 얘기, 국민을 우롱하는 양두구육적 태도”라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김광원(金光元)의원은 “오장관의 부친 소유 아파트가 오장관의 처남을 거쳐 장남에게 매매된 것은 위장 증여가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윤한도의원은 까다로운 질문으로 오장관의 업무능력을 꼬집으려 애쓰기도 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영종대교에 바람이 얼마나 불면 운행을 못하느냐” “현대건설이 신공항철도 지분을 몇 % 갖고 있느냐”고 물어, 배석한 공무원들이 오장관에게 “시속 25m, 27%”라고 급히 귀띔하기도 했다.

산자위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나라당 안영근(安泳根)의원은 “3·26개각은 전형적인 3당 나눠먹기식 개각”이라며 “신임장관 인사말이나 업무보고를 보면 전임 장관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데 굳이 6개월만에 장관을 교체한 것은 돌아가며 장관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장재식장관은 “당적 이적은 소신에 따른 구국적 결단이었고, 대통령이 전문성을 보고 나를 장관직에 발탁한 것”이라며 적재적소 인사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의원은 “지난해 예결위에서 김용갑(金容甲)의원을 지칭해 ‘박살내라’는 메모를 건넨 적이 있는데, 그런 자세로 어떻게 산업정책을 펼 수 있겠느냐”며 과거사를 끄집어내기도 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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