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는 국회〓여야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상정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처리할 법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임위가 열린 16∼19일 나흘간 새로 상임위를 거친 법안은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안 등 3가지에 불과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없었다. 상임위 계류법안은 19일 현재 279개.
여야가 이번만큼은 꼭 처리하겠다던 기금관리법, 재정건전화법, 예산회계법 등 재정 3법은 아직 재경위 9인 소위를 맴돌고 있다.
또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이 이달 말로 끝난다. 8개월간 표류하다 1월8일 첫 회의를 열었고 그 뒤 한 번 더 만났지만 한 일은 없다. 19일 3당 총무회담에서 시한 연장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하는 일 없이 시한을 연장하는 것도, 그렇다고 그만두는 것도 창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리 안 지키는 여당 의원들〓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가 “위(대통령)의 엄명”이라며 출석과 법안 처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지만 주요 상임위에서 자리를 지키는 민주당 의원들은 한두 명 또는 두세 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상대적으로 대여공세에 한창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석률은 양호한 편. 18일 법사위의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이 경찰의 대우차노조 폭력진압 사태, 신문고시 문제 등을 거세게 추궁했으나 ‘방어’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다 못한 함승희(咸承熙)민주당 간사가 한 전문위원에게 “이상수 총무라도 좀 불러 오라”고 소리쳤다는 후문. 이훈평(李訓平)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초선의원은 “상임위에 가면 건강보험문제, 교육위기 등과 관련한 야당의 파상공세에 맞서야 하는데 당론과 개인생각이 달라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