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에 정국운영 방안을 둘러싼 시각차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무기력증이 여권을 휩싸고 있는데도 차기 대선 예비주자라는 일부 최고위원들은 제 갈 길만 가고 있다.
▽당정 시각차 ? =최근 대우차 노조 과잉진압 사태의 사후 수습책을 둘러싼 청와대와 김중권(金重權) 민주당대표의 시각차는 단순한 견해차이가 아닌 권력갈등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 게 여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관할 부평경찰서장의 직위해제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는 인천경찰청장 문책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무회의 사과발언 선에서 수습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대표는 인천청장 문책 다음날인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가 사전에 알았더라면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연합을 위한 3당 대표 회동 다음날인 17일엔 당내 재선의원 중심의 '바른정치모임'에서 당의 정체성 문제가 제기된 끝에 '김대표 교체론'까지 거론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러자 김대표 취임 이후 새로 당직에 진출한 초선 위주의 '13인 모임'측에서는 즉각 특정 최고위원을 그 배후로 거명하면서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3당 정책연합 등으로 여권의 외연은 확장됐지만, 내부 전열은 다시 '강력한 여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로 노는 최고위원들=최근에는 이인제(李仁濟)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의 '강연정치'를 둘러싼 공방까지 표면화되는 듯한 분위기다.
김대표측은 건강보험 사태나 대우차 사태 등 정국의 대형 악재(惡材)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일부 최고위원들이 차기를 겨냥한 '인기몰이'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최고위원 진영에선 김대표가 '대표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반작용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김대표가 너무 나갔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가 '내 사람 심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비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듣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김대표에 우호적인 당의 한 핵심인사는 "김대표 또한 몸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는 정국=이런 가운데 여야는 벌써 몇 달 째 대화정치의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열리고 있지만, 의미있는 여야 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야당에서는 야당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5월 사정설'까지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3당 정책연합으로 가까스로 산술적인 '수의 우위'는 점했을지 모르지만, 여야관계에서는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비판론도 없지 않다. 이회창(李會昌) 포위구도를 위한 '신(新) 3김(金) 연합'이라는 야당의 의구심만 부추겨 정국을 끝없는 대결국면으로 몰아가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안팎에선 정국 정상화나 여야관계 복원을 주장하는 목소리보다는 개헌론 얘기가 더 많이 들린다. 특히 3당 정책연합 이후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점점 커지고 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