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당국자는 4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金正男·29)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불법입국으로 일본 당국에 의해 체포 추방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이 북한을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참여시키려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또 다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지난달 30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이어 이번 사건까지 터져 ‘북한은 이상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굳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도 “일본측으로부터 공식 확인 받은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 언론이 문제의 인물을 김정남으로 기정사실화해 보도하자 이 사건의 외교적 파장을 짚어보며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는 특히 미국 새 행정부 출범 후 북―미, 북―일관계가 답보상태에 빠지자 북한―유럽연합(EU)간 관계 개선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왔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런 성과가 이번 사건으로 빛이 바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
물론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원만한 해결이 그동안 거의 진전이 없었던 북―일 수교협상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일본이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등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대북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공안 당국 등 일본내 보수세력의 발언권을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은 실정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