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이기주의〓민주당의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과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지난해부터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디지털 콘텐츠 육성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노력은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벽에 부닥쳤다. 저작권 관할부서인 문화부와 정보화 촉진기금을 관리하는 정통부가 디지털 콘텐츠의 관할을 놓고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두 의원이 나서 담당국장을 불러 화해도 주선하고, 공청회와 당정회의도 열었지만 두 부처의 담당 국장들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 최고위원은 “하도 답답해 한 부처의 국장에게 호통을 치자 담당 과장이 찾아와 ‘왜 그렇게 심한 말을 하느냐’고 따지더라”며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면피주의〓전북출신 민주당 의원 10명은 지난달 20일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를 찾아가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토론회가 끝난 뒤 총리실이 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데 왜 또 저명한 원로들을 불러 심사평가를 하느냐”고 따졌다.
이 총리는 담당국장을 불러 “의원들의 말이 맞다. 토론회가 끝나면 결론을 내라”고 지시했으나 담당 국장은 “반드시 심사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 의원은 “1년에 1000억원씩 투자하면서 3년을 허송세월 했는데 심사평가까지 끝나려면 또 언제 결정이 날지 알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당·정 혼선〓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은 10일 기업의 200%의 부채비율 제한과 25%의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정부와 재계가 외환위기 직후 합의한 원칙으로 3년 동안 지켜왔지만 이제는 경직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의 오성환(吳晟煥) 독점국장은 “정부가 있는 한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기본질서는 없앨 수 없다”고 일축했다.
여야간 선심성 경기부양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추경 편성 문제도 마찬가지. 4일 민주당이 6월 중 추경편성 방침을 발표하자마자 재정경제부는 “지금은 추경을 논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윤영찬·윤종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