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과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은 최근 하마터면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 빠질 뻔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준비상황 보고회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참석하는 시도지사 정책간담회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인 28일 오전 11시와 10시반으로 각각 잡혀있었기 때문.
흥미로운 것은 안, 문 시장 모두 한때는 한나라당 행사에 참석하려고 했었다는 점.
청와대측이 “국가적 대사인 월드컵 준비 보고회에 시도지사가 불참할 수 있느냐”고 설득했지만 두 시장은 “한나라당 행사 일정이 먼저 잡혔다”며 청와대 행사에는 대신 부시장을 보내겠다고 한 것.
결국 남궁진(南宮鎭)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보고받은 이 총재가 간담회를 오후 12시20분으로 늦췄다.
덕분에 안, 문 시장은 월드컵 준비 보고회에 참석한 뒤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하게 됐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방선거를 앞두다 보니 대통령보다 공천권을 쥔 야당 총재가 더 무서운가 보다”며 씁쓸해 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