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총재가 먼저 말을 꺼낸 게 아니고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원론적인 수준의 견해를 밝힌 것이었으나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1월4일 영수회담 결렬 이후 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영수회담을 할 때가 아니며, 우리가 먼저 하자고 제안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하곤 했다.
▼종전과 태도 달라져▼
-여러 가지로 나라가 어려운데 영수회담으로 난국을 풀 생각은 없나.
“어느 때든 필요하면 할 수 있다. 영수회담으로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해야 한다고 본다.”
-야당이 먼저 제안하기 좋은 여건이 아닌가.
“저쪽의 집안 소동이 가라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정신 없는 집안에 (회담을) 하자고 하는 것은 우습지 않느냐.”
-여권의 내분이 정리되면 영수회담을 제의할 건가.
“그런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자주 했었는데, 영수회담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많았다. 진정으로 국민이 바라고 정치안정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총재의 측근들도 여야영수회담에 부정적이지 않다. 당장 회담을 할 만한 여건은 아니지만 대여 관계를 복원할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측근은 “오래 전부터 이 총재에게 ‘차기 대선의 경쟁자는 김 대통령이 아니므로, 이 총재가 적극적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건의가 올라갔다”고 전했다.
청와대 측은 이 총재의 언급에 대해 “대화를 마다할 이유는 없으나 영수회담의 내용과 환경을 충분히 검토해 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신중한 반응▼
한 관계자는 “영수회담을 하더라도 여야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확정한 뒤에 만나야 한다”며 “회담이 성사된다면 6월말쯤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또 “그동안 간헐적으로 그런 얘기가 있었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고 말해 구체적이진 않지만 이 총재 측과 영수회담 재개에 관한 물밑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간헐적으로 얘기 오갔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이 총재의 총재직 재선출 1주년을 맞아 “(이 총재가) 인기영합 정치를 배제하고 국민우선 원칙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해 4·26 재·보선 승리와 지지도 상승의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치혁신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 불신에 야당도 책임의 일단이 있음을 통감한다”는 반성도 덧붙였다.
<윤승모·김정훈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