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불만과 고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일찍이 당부한 대로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당의 중심 역할을 해줬다면 당이 굉장히 활성화되고 민주적이 됐을 텐데….”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김 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당 지도부 경선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중심이 돼서 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심의 결정해, 내게 건의도 하고 당정 협의도 하고 대야 관계도 해나가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의 말은 민주당의 ‘정풍(整風) 운동’ 과정에서 인사검증 잘못 등 청와대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부각됐지만, 근본원인을 따지고 보면 민주당쪽, 특히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책임도 크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관계자도 “집권 여당조차 일만 터지면 대통령과 청와대에 모든 책임을 돌려버리는 것이 지금의 세태”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풍 운동에 대해 그동안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해 오던 청와대가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정쇄신 해법과 관련해서도 당에 대한 유감이 많은 것 같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로서는 당이 통일된 쇄신안을 올리길 바랐지만 (1일 의원 워크숍에서 나온 그대로) 당내의 모순된 여러 의견들이 그냥 올라왔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청와대가 가시적인 쇄신 조치를 신속하게 내놓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소장파 의원들이나, 최고위원들이나 다른 중진들이나 사람마다 다 의견이 다른데 어떻게 신속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단 말이냐. 대통령도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민주당의 불만과 고민▼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2일 당4역 회의 직후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군가는 (김대통령에게) 얘기를 해야 할텐데…”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장관 인사파문과 관련, 인사검증의 공식라인인 신광옥(辛光玉)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물론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현재의 분위기는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당내에서는 김중권 대표가 1일 주례보고를 통해 의원 워크숍 때의 심각한 상황을 전했는데도 김 대통령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 일부 수석비서관들의 입에서 “한 두 사람이 얘기한다고 해서 그대로 될 수는 없다”는 식의 반응이 흘러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없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전혀 ‘감(感)’을 못잡은 것 같다”며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인적 쇄신의 절박함을 제대로 개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 대통령이 안 전 장관 인사에 대해 ‘내 잘못’이라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마당이이서 당 관계자들은 이래저래 속만 끓이고 있다.
이와는 다른 분석도 있다. 의원 워크숍에서 쇄신대상으로 거론되기는 김 대표도 마찬가지인데, 김 대통령이 김 대표를 재신임한 것은 동시에 한 실장도 재신임했다는 뜻이라는 것.
김 대통령으로선 김 대표를 재신임하고, 한 실장은 경질할 경우 예상되는 여권 역학관계의 급속한 변화를 원치 않고, 한동안 잘 유지해 오던 청와대와 당 간의 견제와 균형 관계가 깨지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