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김 대통령은 우선 인사문제에 대해선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말로 선을 그었다. 자신의 고유권한인 만큼 조용히 자신을 믿고 맡겨달라는 취지였다.
최고위원들은 “김 대통령의 발언내용으로 볼 때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최고위원은 “김 대통령이 순차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들렸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김 대통령이 단기처방으로 인사쇄신 문제를 다루지는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대통령이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장관 인선파동에 대해 “내 탓이오”라며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문책 형식의 경질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김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요구와 거리가 있다. 소장파 의원들 또한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일정 시점까지도 인적쇄신의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다시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도 있다.
당정쇄신 김대중대통령 입장
유 형 | 내 용 | 해법과 전망 |
인사 쇄신 | 당·정·청와대수뇌부 전면쇄신 | 순차적인 인적 교체 |
일부 비공식라인 쇄신 | 언급 없음 | |
시스템 쇄신 | 최고위원회의 권한강화 | 심의기구로 전환 |
당을 정치의 중심으로 | 당·정·청와대정책협조 강화 | |
당 언로 활성화 | 최고위원, 특보단, 의원, 원외위원장과 수시 대화 | |
인사검증 시스템 강화 | 언급 없음 |
▽당 우위 시스템〓김 대통령은 소장파 의원들이 제기했던 ‘당 우위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김 대통령이 “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최고위원회의의 심의기구화 △월 1회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정례화 △당·정·청와대 정책협조 강화 구상을 밝힌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쏠려 있는 대통령제 하에서 이러한 조치들만으로 당쪽으로 힘의 중심축이 이동할지는 의문이다. 과거 여당에서도 이 같은 당 우위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잇따랐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 경우도 많았지만 말뿐으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결국 시스템보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