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타협〓이날 여야 ‘자금세탁방지법 9인 소위’는 ‘정치인을 마약이나 밀수범죄자와 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공통 이해에 바탕한 철저한 타협의 장이었다.
민주당은 정치자금을 규제대상에 넣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영장을 통해서만 계좌를 추적하거나 영장 없이 문제 계좌의 앞뒤 계좌만 추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은 계좌 추적권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민주당은 이에 계좌 추적권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법 제정 취지가 훼손된다며 정치자금법위반죄를 빼는 대신 FIU에 무제한적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이를 수용했다.
9인 소위는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우려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자금세탁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을 넣으면 되지 않겠느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정치자금의 경우 현행 정치자금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한 만큼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합의안) 보완책으로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20일부터 시작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에서 한국이 자금세탁방지 비협력국가(NCCT)로 지정될 가능성을 우려해 졸속타협을 했다는 후문이다.
▽합의 반발〓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이 즉각 반발했다.
조 의원은 “정치자금을 포함시킨 내용의 수정안을 반드시 제출하겠다”고 말했고, 천 의원도 “이번 합의로 논의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갔으므로 과거 뜻을 함께 했던 35명의 의원들과 논의해 수정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김기현(金起鉉) 실행위원장은 “여야가 합의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한다면 38개 시민단체들의 힘을 모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철·선대인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