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정산’ 3조5523억원〓교부금이 이처럼 논란을 빚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 돈은 중앙정부가 걷은 내국세 중 26.8%를 지방교부금과 교육교부금으로 지자체에 주는 것. 중앙정부가 뚜렷하게 용처(用處)를 지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13조원이나 되는 내국세를 더 거둬들였으므로 3조6000억원은 어차피 지자체로 내줘야 한다는 것.
문제는 지급시기다. 추경을 짜지 않고 내년에 정산해 줘도 뒤탈이 없다. 야당에서는 “추경을 짜면서까지 교부금을 지금 주려는 것은 선심행정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재경부, “지방재정 방만 부추긴다”〓교부금 정산문제는 정부 부처 내에서도 논란거리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지방재정을 건전하게 하기 위한 원래 취지는 좋지만 이 돈이 어디에 쓰일지 정할 수 없으므로 방만한 지방재정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등 살림을 방만하게 꾸리고 있는 가운데 이런 돈이 ‘꼬리표’ 없이 주어지면 청사 건립 경쟁 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 돈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예산처, “연례행사일 뿐” 일축〓기획예산처는 교부금의 경우 지방교부금법에 따라 정산되는 것이므로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빚’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이 돈을 내년으로 넘기기보다 지금 추경으로 정산하면 18조원이나 되는 지방채무를 갚는 데 쓰일 수 있으므로 주무부처 입장에선 추경집행 때 편성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곽성용 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은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이 돈을 반드시 채무상환에 이용할 것을 협의하고 있다”며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나중에 예산을 집행할 때 벌칙을 줄 수 있으므로 지자체들이 교부금을 함부로 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는 지자체들의 재정건전화를 유도하기 위해 ‘재정 페널티 및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예산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경우 지자체에 주는 교부세를 깎을 수 있도록 한 지방재정법과 지방교부세법을 연내에 개정한다는 것.
▽야당, “선심성 안 된다”〓한나라당은 교부금이 선거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입장이다. 임태희(任太熙)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은 “지자체와 각종 민간사회단체에 대한 지원 등 선거용 예산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교부금 정산이 본래 취지와 달리 내년 선거와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 소지가 크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95년 민선단체장 출범 후 시군청사와 의회청사 등 726채의 각종 청사 신축에 3조4000억원을 쓰는 등 예산낭비의 표본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