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김대통령 달라진 언론관]비판늘자 "언론도 개혁해야"

  • 입력 2001년 6월 26일 18시 47분


언론개혁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태도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왔다.

김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언론개혁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언론이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발전하길 바란다”(98년 4월6일)는 원론적 수준이었다. 당시 김 대통령은 “언론은 비판 없는 찬양보다 우정 있는 비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론의 정부비판을 장려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98년에는 언론개혁과 관련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때는 정부도 언론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전력을 쏟을 때였다.

김 대통령은 98년 8월24일 취임 6개월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그동안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언론의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언론에 대한 고마움까지 표시했다.

김대중대통령 언론개혁 관련 어록
시점내용
98년4월6일(신문의날 기념사)우리나라 언론은 민주화와 정치경제 발전에 잘잘못이 있지만 잘한 점이 더 많다. 언론은 새시대에 맞춰 구조조정과 개혁을 해 발전하길 바란다.
98년12월18일(CBS창사기념식)권력과 광고주, 압력단체로부터 건전한 방송으로 발전해야 한다. 방송사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상업주의는 안된다.
99년4월14일(기자간담회)지역감정을 정치목적으로 이용하는 부끄러운 행태를 언론이 과장보도하는 면도 있다.
99년5월3일(기자협회보 회견)언론도 개혁할 것은 개혁해 언론이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99년10월27일(언론문건관련)나는 독재정권시절 언론의 최대 피해자로서 (언론장악문건의) 그런 정책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99년11월12일(당지도부오찬)국민의 90%가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부가 언론을 억압하거나 탄압해서는 안된다. 나는 언론자유를 확고히 지지한다. 다만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을 때 시정요구나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2001년1월11일(연두기자회견)국민사이에 언론 개혁에 대한 여론이 높은 만큼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합심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 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01년4월18일(뉴스위크)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두가지뿐이다. 언론도 정당하고 투명하게 세금을 내야하고, 광고나 독자를 얻는데 있어 모든 언론이 같은 기회를 가져야 하며 소수 언론이 독점해선 안된다.

그러나 99년 들어 정부 스스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언할 만큼 경제상황이 변하면서 언론의 대정부 비판 기능이 강화되자 김 대통령의 대 언론 발언도 달라져 갔다.

김 대통령은 99년 4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 정치권의 지역감정 조장행위를 과장보도한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언론은 지역차별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을 공개 규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99년 5월3일 기자협회보와의 회견에서 “언론도 개혁을 통해 국민여망에 부응해야 한다”고 언론개혁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그러나 99년 10월 한나라당이 이른바 ‘언론장악문건’을 폭로하면서 김 대통령의 언론개혁론은 한동안 후퇴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언론장악문건에는 “빅3 신문 중 한곳을 친여지로 만들어야 하고, 언론사의 최대 약점이 세금문제이므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 언론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99년 10월27일 “나는 일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온 사람으로서 (언론장악문건과 같은) 그런 정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99년 11월12일엔 “국민 90%가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부가 언론을 억압하거나 탄압해서는 안된다”며 ‘국민의 언론개혁 요구’에 개의치 않겠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언론개혁론은 이후 1년여의 소강기를 거쳐 2001년 1월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재론됐다. 김 대통령은 이번에는 “국민 사이에 언론개혁 여론이 상당히 높은 만큼…”이라고 말해 국민여론을 언론개혁의 이유로 제시했다.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은 이 직후의 일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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