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언론개혁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언론이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발전하길 바란다”(98년 4월6일)는 원론적 수준이었다. 당시 김 대통령은 “언론은 비판 없는 찬양보다 우정 있는 비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론의 정부비판을 장려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98년에는 언론개혁과 관련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때는 정부도 언론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전력을 쏟을 때였다.
김 대통령은 98년 8월24일 취임 6개월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그동안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언론의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언론에 대한 고마움까지 표시했다.
김대중대통령 언론개혁 관련 어록 | ||||
시점 | 내용 | |||
98년4월6일(신문의날 기념사) | 우리나라 언론은 민주화와 정치경제 발전에 잘잘못이 있지만 잘한 점이 더 많다. 언론은 새시대에 맞춰 구조조정과 개혁을 해 발전하길 바란다. | |||
98년12월18일(CBS창사기념식) | 권력과 광고주, 압력단체로부터 건전한 방송으로 발전해야 한다. 방송사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상업주의는 안된다. | |||
99년4월14일(기자간담회) | 지역감정을 정치목적으로 이용하는 부끄러운 행태를 언론이 과장보도하는 면도 있다. | |||
99년5월3일(기자협회보 회견) | 언론도 개혁할 것은 개혁해 언론이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 |||
99년10월27일(언론문건관련) | 나는 독재정권시절 언론의 최대 피해자로서 (언론장악문건의) 그런 정책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 |||
99년11월12일(당지도부오찬) | 국민의 90%가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부가 언론을 억압하거나 탄압해서는 안된다. 나는 언론자유를 확고히 지지한다. 다만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을 때 시정요구나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 |||
2001년1월11일(연두기자회견) | 국민사이에 언론 개혁에 대한 여론이 높은 만큼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합심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 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 |||
2001년4월18일(뉴스위크) |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두가지뿐이다. 언론도 정당하고 투명하게 세금을 내야하고, 광고나 독자를 얻는데 있어 모든 언론이 같은 기회를 가져야 하며 소수 언론이 독점해선 안된다. |
그러나 99년 들어 정부 스스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언할 만큼 경제상황이 변하면서 언론의 대정부 비판 기능이 강화되자 김 대통령의 대 언론 발언도 달라져 갔다.
김 대통령은 99년 4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 정치권의 지역감정 조장행위를 과장보도한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언론은 지역차별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을 공개 규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99년 5월3일 기자협회보와의 회견에서 “언론도 개혁을 통해 국민여망에 부응해야 한다”고 언론개혁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그러나 99년 10월 한나라당이 이른바 ‘언론장악문건’을 폭로하면서 김 대통령의 언론개혁론은 한동안 후퇴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언론장악문건에는 “빅3 신문 중 한곳을 친여지로 만들어야 하고, 언론사의 최대 약점이 세금문제이므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 언론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99년 10월27일 “나는 일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온 사람으로서 (언론장악문건과 같은) 그런 정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99년 11월12일엔 “국민 90%가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부가 언론을 억압하거나 탄압해서는 안된다”며 ‘국민의 언론개혁 요구’에 개의치 않겠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언론개혁론은 이후 1년여의 소강기를 거쳐 2001년 1월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재론됐다. 김 대통령은 이번에는 “국민 사이에 언론개혁 여론이 상당히 높은 만큼…”이라고 말해 국민여론을 언론개혁의 이유로 제시했다.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은 이 직후의 일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