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당직자들은 당내 온건론자들에 대해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선 “사실 세무조사 결과에 나도 깜짝 놀랐다. 국세청이 너무 많이 때렸다”며 이번 사태의 파장을 우려하면서도 공개석상에선 세무조사의 정당성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이 고위관계자처럼 내심 권력과 언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는 온건론자들이 적지 않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27일 “과거 한나라당이 우리를 공격했을 때는 잘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까지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지금은 상대방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 차분하고도 냉철하게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온건한 목소리를 내면 당에서 ‘왕따’가 되는 분위기”라며 “여권 핵심부내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드물긴 하지만 과거 세무조사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온건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5선 중진인 김태식(金台植) 의원은 올해 2월 5일 국회 재정경제위 질의에서 “재벌이 세습을 위해 이용하는 주식변동에 대한 조사를 언론사에 대해서도 한다는데, 우리 언론사가 그렇게까지 부도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