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의 방미는 현재 미 공화당의 일부 보수적 의원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공화당이 여당인 만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개입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또 한국 정부는 이 문제가 한미간에 충분히 협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공식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황씨 방미건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황씨의 방미와 관련, 미 공화당과 한국정부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데 있다.
이번에 황씨에게 북한의 실상에 관해 증언해 달라며 초청장을 보낸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과 크리스토퍼 콕스 공화당 정책위 의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황씨에게 초청장을 보낸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과 함께 미 의회의 대표적인 대북 매파로 꼽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4일 “이들이 황씨를 초청하려는 것은 그의 입을 통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북한 정권을 비난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미 행정부에 강경한 대북정책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고대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원치 않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북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황씨가 미국에서 미 의원들을 상대로 북한과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연설을 할 경우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황씨를 ‘배신자’로 규정한 지 오래다.
한국 정부는 황씨의 신변안전 문제를 들어 방미를 불허할 태세지만 미 국무부가 정부 차원에서 신변안전을 보장할 경우엔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황씨가 서한에서 ‘미 국무부가 헬름스 의원에게 신변안전문제를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고 밝힘으로써 이미 국무부가 이 문제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미 대사관은 아직 이에 관한 통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황씨의 방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한미 양국의 손발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워싱턴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