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계획’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총리가 98년10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양국 외무장관이 채택한 부속문서. ‘공동선언’이 한일관계의 미래를 규율하는 장전이라면 ‘행동계획’은 시행세칙에 해당된다.
행동계획 이행에 차질이 예상되는 것은 일본측의 교과서 왜곡 수정 거부가 행동계획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공동선언’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일본과의 과거사를 정리하고 미래를 위해 협력한다’는 공동선언과 행동계획의 취지에 따라 그동안 각종 국제회의에서 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아픈 부분’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아시아 각국과 연대해 국제무대에서 교과서 문제에 대한 일본의 부도덕성을 집중 규탄해야 하는 등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가 첫 보복 조치로 대일 문화개방 중단을 검토하고, 국제사회와의 공동대응을 모색하려는 것도 행동계획의 ‘문화교류의 내실화’와 ‘국제사회 협력’ 항목과 위배된다.
물론 정부는 아직 행동계획 자체를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공동선언과 행동계획을 신(新) 한일관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이를 깨뜨렸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3월에 재개하려다 교과서문제로 일단 덮어둔 한일 각료회담은 좋은 예다. 행동계획에는 양국간 대화 채널의 확충을 위해 매년 각료회담을 갖기로 돼 있다. 정부 내에서도 각료회담만큼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왜곡 수정 거부로 인한 여론과 국민감정이 심상치 않아 행동계획이 원활히 이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행동계획 이행에 차질이 오면 사태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정부의 고민은 그래서 더 깊다.
▼21세기 새로운 한일파트너십을 위한 행동계획 주요내용▼(1998년 10월)
협력분야 | 주요내용 |
대화채널 확충 | 정상 교류 정례화, 각료간담회 매년 개최, 의원교류 등 |
국제적 협력 | 유엔에서의 협력, 군축 협력, 한일 방위교류(국방장관 상호방문, 국방정책 실무회의, 함정 상호방문), 한반도 평화·안정 협력, 대북정책협의회 강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의 협력 등 |
경제협력 강화 | 세계 자유경제 실현 협력(WTO, OECD, APEC 등), 경제협력 강화(고위급 경제협의), 대한 경제지원(30억달러 융자 실현), 투자교류, 어업협정, 이중과세방지협약, 무역확대, 산업기술·과학기술·정보통신·지적소유권·전자상거래·농업 분야 협력 등 |
범세계적 문제 협력 강화 | 환경분야 협력, 원조분야 협력,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증진 협력, 범죄인인도조약 교섭, 국제조직범죄 대책 협력 등 |
국민·문화교류 증진 | 2002년 월드컵과 국민 교류, 청소년·학술·지역간 교류, 문화 교류의 내실화 등 |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