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원철희-장영신의원 판결 의미]미묘한 대법원 판결

  • 입력 2001년 7월 13일 19시 02분


13일 자민련 원철희(元喆喜)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기소혐의 90%는 유죄, 나머지 10%에 대해서는 좀더 따져볼 여지가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취지에 따르면 원의원은 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도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는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원의원은 상당기간 의정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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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3일 선거법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야당인 한나라당의 재정신청 공세를 용케 피했던 장영신(張英信)의원은 선거무효소송이라는 복병에 덜미를 잡힌 꼴이 됐다.

▽원철희 의원〓원의원에 대한 공소 사실은 △농협 업무추진비와 홍보활동비 등으로 비자금 6억1100만원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했고(횡령) △대륙산업에 54억원 불법 지급보증하고 서주산업에 3억원 불법 대출했으며(배임) △98년 6·4 지방선거 때 자민련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한호선(韓灝鮮)전의원을 지원했다(농협법 위반)는 것.

이중 대법원이 문제삼은 것은 횡령혐의의 일부인 농협 업무추진비(2억8000만원)부문. 농협회장이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행위를 횡령으로 처벌하려면 몇 가지 범주에 대한 수사 및 심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제기한 범주는 △농협회장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업무추진비를 어떤 용도에 쓸 수 있고, 어느 용도에 쓸 수 없는지 △피고인이 업무추진비를 어떤 목적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등 크게 세 가지.

부수적인 문제이지만 검찰이 지난해 6월 원의원의 배임혐의에 대해 일부 공소장 내용 변경을 신청했으나 항소심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파기사유로 지적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대법원의 판단에 몇 가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임 농협회장들이 똑같은 횡령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의원은 이 돈을 농협의 업무와 관계없이 친분이 있는 정관계 및 언론계 인사들에게 사용했으며 관련 직원들의 진술로 그 사용 내용이 다 파악돼 있다”고 말했다.

▽장영신 의원〓재판부는 애경그룹 계열사들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회사 조직을 이용한 조직적 체계적인 것으로서 동원된 인원, 이들이 활동한 횟수와 유권자 수, 지출한 향응 제공비용, 입당 인원 수 등이 많고 광범위해 위반의 정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불법 선거운동은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히 저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거의 효력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본인에 대한 당선무효가 아니어서 장의원은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는 있다. 지난달 선거무효 판결을 받아 같은 처지에 놓인 한나라당 김영구(金榮龜)전 의원은 재출마를 포기했다.

▼의원직 상실 판결 사례▼

재판 구분대상 국회의원 판결결과 또는 형량확정 여부
선거무효 소송장영신
(민주당·서울 구로을)
선거무효(대법원)확정
(의원직 상실)
김영구
(한나라당·서울 동대문을)
선거무효(대법원)
선거법위반사건 재판(2심 판결 이상)장성민
(민주당·서울 금천)
선거사무장 징역10월 집행유예2년 (2심)대법원 판결 남아있음
최돈웅
(한나라당·강원 강릉)
회계책임자 징역10월 집행유예2년 (2심)
김호일
(한나라당·마산 합포)
배우자 징역10월(2심)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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