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관계자들은 현 변협 지도부에 특정고교 인맥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나라당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이 매우 큰 변협의 반정부 기류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회의에서 “개혁추진의 법적 절차에서 무엇이 문제가 됐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해야 한다”며 “막연한 얘기로 국민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언급한 변호사는 7개월 전 대구 중심으로 변호사들이 시국선언을 할 때 연판장에 서명을 받으러 다닌 사람”이라며 의혹을 나타냈다.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도 “변호사들이 법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추미애(秋美愛) 지방자치위원장은 “수구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고 규정하면서 “개혁정책을 비판한 변호사들이 삼청교육대 훈련 등 ‘불법의 시대’에 정작 무엇을 했는가”라고 성토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우리는 굳이 대한변협의 회장이 특정고교 출신이며, 어제 발제에 나선 분들이 대부분 특정지역 출신이었다는 점을 거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그러나 원내 제1당으로 개혁입법을 방해해 온 한나라당이 변협의 언급에 목청을 높이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반면 청와대는 언급을 자제했다. 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여기서 코멘트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변호사가 아니어서 모른다”며 공식대응을 피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한나라당 "人治불만 폭발한것"
“법치주의가 완전히 무너지고, 힘의 지배에 의한 인치(人治)정치가 나라를 망치고 있는 데 대한 법조인들의 경종이다.”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 특보단장은 24일 당3역 회의에서 ‘현 정부의 개혁은 법치주의의 후퇴’라는 대한변협 결의문을 이렇게 해석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법보다 시민단체의 주장이 옳다고 하는데, 대통령과 시민단체부터 법을 지켜야 한다”며 “‘대통령은 무소불위로권력을휘두를 수 있다’, ‘대통령은 왕이다’라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임기를 1년 반 정도 남겨 놓은 대통령은 이제 벌여 놓은 일을 수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집권당 총재직에서 물러나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아래 위 할 것 없이 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 “현 정권의 법을 빙자한 힘의 지배를 보다 못해 변호사들까지 들고나선 것” “법의 이름을 빌린 독재가 가장 무서운데 이 정권이야말로 그런 행태를 서슴지 않고있다”는등거친발언들이속출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회의 후 “변협 결의문을 보면 대학 시절에 배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경구가 떠오른다”며 “예를 들어 언론사 세무조사의 목적은 좋을지라도, 그렇다고 해서 이를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 써도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에서 “변협이야말로 김 대통령이 야당 시절 가장 많은 성원과 지지를 보내던 단체”라며 “(현 정권이) 국민으로부터 유리된 정치 미아(迷兒)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